[단독] 지지부진한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충격 요법’ 가한다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0 15: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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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3곳 취소 위기…기장군 “청문 등 사업계획 승인 취소 절차 밟을 것”
부산도시공사, 환매권 행사 이어 이행보증금 몰취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17년째 ‘진행형’인 가운데 관할 기관인 기장군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일부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 취소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의 국제관광도시 브랜드 제고 등의 목적으로 2006년 366만2000㎡ 규모 조성계획이 승인됐다.

하지만 올해 11월 기준 절반에 가까운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탓에 완성된 관광단지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현재 총 사업 대상지 34곳 가운데 32곳의 투자유치가 완료됐다. 17곳은 준공을 마치고 정상 운영 중이지만 8곳은 공사 중, 7곳은 사업 준비 단계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곳 가운데서도 집계 공정률이 50%를 밑도는 현장이 많아 “무슨 관광단지가 공사장뿐이냐”는 말과 함께 부정적 인식이 쌓이고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밝힌 공정률은 아쿠아월드 10%, 테마텔 15%, 메디타운 44%, 별장형 콘도 40% 등이다.

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해 관계 기관이 나섰다. 부산도시공사는 환매권을 행사하고 이행보증금을 몰취했다. 승인 기관인 기장군청은 다수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 취소 절차를 예고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11월30일 “12월 중으로 3개(1곳은 일부) 사업에 대한 시정명령과 청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김동현
기장군의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 공터가 환매권 소송이 진행 중인 쇼플렉스 현장 ⓒ시사저널 김동현

기장군, 미착공·미준공 사업장에 ‘강공’ 예고

사업계획 승인 이후 착공 기간을 넘겼거나 착공은 했지만 준공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관광진흥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사업계획 승인을 얻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 착공 또는 준공하지 않으면 승인 취소가 가능하다. 착공은 승인 후 2년, 준공은 착공일부터 5년이다.

기장군에 따르면 사업장 2곳의 경우 2021년 9월 승인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착공 소식은 없다. 또 다른 곳은 2018년 5월 착공했지만 현재까지 준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취소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업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A사 관계자는 “금융에서 조금 지지부진하다. 계속 쉬고 있는 상태는 아니며 부산도시공사와 협의를 잘하고 있다. 해외 투자를 받아 내년 초 재착공에 들어가면 완공은 2026년에서 2027년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도에 착공 신고를 했다. (기장군이 관련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 내부적으로 상의해 보겠지만, 일단 사업 진행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2곳의 사업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시정명령이나 청문이 곧바로 사업 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장군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경우 연기도 가능하다. 부산도시공사도 환매권 행사, 이행보증금 몰취 등 단지 완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도시공사는 일부 사업장의 이행보증금 수십억원을 몰취했다. 공사 관계자는 “단지가 조속히 완성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보증금”이라고 사실관계는 확인했지만 “민간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행보증금 몰취 또한 사업 취소나 계약 해지로 직결되지 않는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사업자의 능력과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약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고 했다. 현재 오시리아 단지 내 사업 완료를 제외한 절반 이상의 사업장에 이행보증금이 적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도시공사는 부지 대금의 약 5%를 이행보증금으로 책정했다. 예컨대 500억원짜리 땅의 이행보증금은 25억여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계약 시점이 사업장별로 다르기 때문에 공급 조건과 이행 강제 보증 등에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 “활성화되도록 더 독려해야 한다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이행보증금을 몰수한다면 부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여기에 쇼플렉스(문화예술타운) 신탁사와 부산도시공사의 소송전도 관심사다. 부산도시공사는 대출이자 체납(시사저널 3월31일자 단독 보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발 등 자금 조달 능력 상실과 약정 기한 내 공사 미착공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환매권 행사 절차를 밟고 있다.

ⓒ시사저널 김동현
12월5일 현재 완성된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일부 시설. 멀리 호텔과 콘도가 보이고 테마파크 놀이동산도 영업 중이다. 정면 흰색 건물은 대형 음악 카페 ⓒ시사저널 김동현

부동산 PF 어려움…“최소 4곳 금융 조달 지연”

당시 사업자는 전국 새마을금고 30개 지점에서 받은 총 1000억여원 대출(브리지론)의 이자조차 내지 못했다. 이들은 2020년 환매특약을 맺었는데, 환매권자는 지정 기한 안에 매수인이 지정한 용도대로 개발하지 못할 경우 약정서 내용대로 다시 해당 토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당시 환매권 행사 의사를 밝힌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은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된 문화예술타운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결 내용과 관계없이 소송전이 길어질 경우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부동산 PF 한파 등 경기 악화도 사업을 늦추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사업이 금융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및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건축허가가 완료된 3곳의 PF 조달이 지연되고 있으며,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 1곳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제대로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지금은 PF 시장이 얼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시리아 내 공정률 상위권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금리라든지 이런 영향이 상당히 크다”며 “사업자들이 상품적인 부분이나 브랜드 유치 등을 잘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도시공사는 2006년부터 관광진흥법에 따라 기장군 기장읍 일원에 약 110만 평(366만2000㎡) 규모로 단지를 조성 중이다. 단지는 2005년 관광단지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총사업비만 6조원에 이르고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연간 방문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서리란 예측 때문이다.

실제 2014년 골프장에 이어 2015년에 들어선 국립과학관이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아난티코브,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케아, 테마파크(1단계)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조속한 완성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각종 시설의 완공 시기가 늦어지면서 진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한 부산 시민은 “5년여 전에 봤던 오시리아의 첫인상은 발파 소리와 트럭 행진으로 마치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케 했는데, 아직도 어디에 뭐가 들어서는지 알 수 없는 주먹구구식 도시 청사진이 문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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