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피켓 시위에 ‘입 닫으라’는 카카오…“회사가 활동 중단 요구”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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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대표이사 명의로 “노조 활동시 회사와 사전 협의해라” 공문
노조 강력 반발 “조합 설립 이후 활동 금지 요구 처음…실망스럽다”
카카오 “단체 협약 지켜달라는 의미…침묵 요구 취지 전혀 아냐”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 노조가 회사 측이 발송한 공문 내용을 공개하면서 회사가 노조의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연합뉴스

카카오 노동조합이 회사 측이 발송한 공문 내용을 공개하면서 회사가 노조의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전날 회사 측이 홍은택 대표이사 명의로 발송한 공문 내용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노조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회사 비판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고 있고, 회사 로비를 점거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기에는 모든 온·오프라인 형태의 시설, 장비, 장소를 사전 협의 없이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노조가 오프라인 조합 활동이나 온라인 게시물 발행을 할 때 반드시 회사와 사전에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노조는 “모든 노조 활동에 대해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회사의 요구는 과도하다”며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카카오 단체 협약(단협)에 따라, 회사 전산망을 통해 전체 직원을 수신인으로 할 경우에만 사전에 협의한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피켓 시위 등 조합 활동에 대해 회사 측이 공개적으로 금지 요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지난 5년 간 조합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 게시판에 수많은 글을 남겼지만, 게시글에 대해 제한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피켓 시위를 진행하자마자 홍은택 대표이사 명의로 발송된 첫 공식 답변이 ‘침묵하라’는 내용이라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경영진 간 폭로전으로 카카오의 진흙탕 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카카오 노조는 사내 입장문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경영진 비리 등에 대한 조사와 노조의 경영 쇄신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지난 4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주재한 6차 비상 경영 회의 개최에 맞춰 첫 시위에 나선 바 있다. 또 “노조 활동을 하면서 5년간 한번도 김범수 (경영쇄신) 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노사 간의 불통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 측의 반발에 대해 카카오 측은 노사 단체 협약에 명시된 사전 협의 절차를 지켜달라는 의미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노조 주장처럼 침묵하라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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