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 “2035 엑스포 재도전해야…시민 성금도 내겠다”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0 14: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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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유치 과정에서 도시 위상 제고,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라” 자평
시민들 “참담하지만 재도전해야”…박 시장 “여론 반영해 합리적 결정”

“결선투표 운운에 막판 대역전 이야기도 나오더니 29표가 뭡니까?” “섭섭하고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하지만 2035년 엑스포에 재도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유치 성금도 내겠습니다.” “여러 사람 고생시키지 말고 깨끗하게 접읍시다.” 엑스포 유치 불발에 따른 부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시민의 뜻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초라한 성적표가 부끄럽다는 반응 속에 부산이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엑스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실리적 의견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정부·부산시·기업 등이 월드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60조원이 넘는 막대한 경제 파급효과를 불러오리란 기대에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뒤늦게 출발한 부산은 1차 투표와 결선투표로 나누는 전략까지 동원했지만 끝내 역전극은 이뤄지지 않았다. 월드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과 ‘재도전’ 등의 반응과 함께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유치전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먼저 부산시는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해 무산됐지만, 정부와 부산시 등의 수년간 활동이 도시 브랜드를 견인했다는 긍정 평가를 얻어냈다. 부산시에 따르면 기존 37개였던 자매·우호도시가 월드엑스포 유치활동 후 49개로 늘어났다. 이는 현지 교민하고도 연계돼 도시 차원의 ‘외교 바운드리’가 확장된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시는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부산의 위상도 제고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7만6600명으로, 지난해 대비 284.3%나 증가했다. 부산의 해외 인지도와 도시 브랜드 지수 등 각종 지표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인지도는 2020년 10월 32.3%에서 2021년 12월 73.3%, 2022년 12월 91.4%로 크게 상승했다.

11월28일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시민들이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28일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시민들이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기업들 120억~130억원 성금 내며 도와

도시 브랜드 평판도 2022년 2위에서 올해 1위로 뛰었다. 글로벌 스마트지수 평가 순위도 2021년 62위였는데, 지난해 22위로 올랐다. 부산시는 국제 관광도시로서 부산의 위상도 제고했다고 평가했다. 부산시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7만6600명으로, 지난해 대비 284.3% 증가했다. 여기에 국내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지역관광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 들린다. 부산시 관계자는 “7년간 1위로 선정됐던 제주를 제치고 부산이 처음으로 1위로 도약했다”고 했다.

국제적 도시 브랜드 상승에는 삼성·현대·SK 등 대기업들의 활약이 컸지만, 지역 기업들도 부산시와 뜻을 같이하며 일조했다는 평가가 많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기업이 부산시에 낸 성금 규모는 120억~130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 회원 업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로 국외 홍보·유치 활동에 쓰였고, 정산이 끝나면 카테고리별로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엑스포 재도전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무산으로 사업 진행 차질이 우려되는 북항 재개발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무산으로 사업 진행 차질이 우려되는 북항 재개발 조감도 ⓒ부산시 제공

“졌잘싸 식 태도, 부산 발전에 아무 도움 안 돼”

부산은행은 올 5월 은행 본점에서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에 30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BNK금융은 부산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TF) 설치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후원금 지원 등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개최지 선정일에도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직접 유치위원회 소속으로 파리를 방문해 마지막까지 부산 알리기에 나섰다. HJ중공업은 올 6월 한국을 찾은 엘살바도르 사절단에 노하우와 기술력을 소개하는 동시에 월드엑스포 유치·홍보 활동을 벌였다. 서원유통은 수억원의 후원금에 더해 유치 기원 플래카드를 매장에 설치하며 부산 시민의 의지를 모으는 데 한몫했다.

유치 열기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대표 향토기업 대표는 “국가적 행사였는데 유치에 실패해 아쉽다. 그러나 만약 2035년에 재도전한다면 부산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건이 닿는 한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2035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앞서 이번 엑스포 불발에 대한 원인 분석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12월5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시의 유치 활동과 전략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시민들과 함께 평가를 진행한 후 재도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졌지만 잘 싸웠다’ 식의 태도는 부산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패에서 얻어지는 ‘값진 성과’는 정확한 문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도 12월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재도전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원인 분석이 먼저”라면서 “예전부터 해왔던 거라 계속한다기보다 부산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했다. 안 의장은 지방시대를 강조하며 “부산이 주도하는 유치가 돼야 한다. 중앙정부와의 관계 설정 등이 사전에 먼저 돼야 한다”며 “부산 시민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문제점들을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엑스포 유치 불발에 따라 부산시 핵심 현안 추진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가덕신공항, BUTX(부산형 급행철도), 북항 재개발사업, 55보급창 이전, 교통 인프라 확충, 해상 스마트도시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덕신공항과 북항 재개발사업은 월드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탓에 시민들은 유치 불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는 예정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북항 1단계는 부지 조성이 완료됐고, 2단계는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대상자로 해수부로부터 선정돼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면 문제가 없다. 향후 철도시설 재배치 등으로 합류할 다른 기관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월드엑스포는 2014년 7월 기획재정부가 유치계획안을 승인하면서 첫 단추를 뀄다. 이어 2019년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후 정부유치기획단이 출범했다. 2020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착수에 들어가면서 향후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고 이듬해 10월에는 후보국이 확정됐다. 특히 2022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돼 범정부적인 지원을 등에 업었다. ‘원팀 코리아’의 저력이 유치전 승리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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