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통가 공습한 ‘초저가 中이커머스’…‘개미지옥’ 알리에 긴장하는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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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지연‧가품 등 논란에…알리가 내놓은 ‘점유율 확장 전략’
언어‧결제 장벽 없어진 직구 시스템…1년 새 이용자 2배 증가
“물류센터 설립도 고려”…오픈마켓 타격 가능성도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 등 ‘초저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품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업계는 알리의 행보를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만들어 낼 균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 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모델 한 명이 착용한 옷과 구두 등 패션 아이템들을 자사 쇼핑몰에서 5만 원으로 구입 가능하다며 '가성비'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오픈한 알리 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알리는 모델 한 명이 착용한 옷과 구두 등 패션 아이템들을 자사 쇼핑몰에서 5만 원으로 구입 가능하다며 '가성비'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가품‧불통 이슈에도 훨훨…G마켓 꺾고 11번가 쫓는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공통의 무기와 각자의 전략을 쥐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동일한 전제는 ‘가성비’다. 중국 공급업체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 배송하기 때문에 도매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알리는 해외직구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배송기간을 3~5일까지 줄이는 ‘초이스’ 서비스를 도입했고, 테무는 ‘90일 무료 반품’과 가격 조정 정책을 내세웠다. 구매한 상품의 정가가 한 달 이내 인하된 경우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송 지연 사태나 가품 이슈, 고객센터와의 불통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이들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국어로 이용이 가능하고 국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직구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렸다. 일부 소비자들은 알리를 ‘개미지옥’이라 일컫는다. 쿠팡 등 국내 플랫폼과 최저 가격을 비교하며 알리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특히 고물가 장기화로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유입되면서 이용자 수는 급증했다.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이용자(한국인) 수는 613만 명으로, 쿠팡(2846만 명)과 11번가(816만 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G마켓 이용자 수(582만 명)도 처음으로 넘어섰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2896만 명에서 올해 10월 2846만 명으로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 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으로 이용자를 늘린 알리의 행보에 주목한다. 지난 7월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한 테무도 올해 8월 51만 명에서 10월 265만 명으로 이용자 수를 급격하게 늘렸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11번가 인수엔 선 그어

알리가 한국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테스트베드’로 삼기 좋은 최적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온라인쇼핑에 익숙하고, 물류 시스템의 수준도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직구 건수가 1억 건(총액 6조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해외 구매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이 장 알리 한국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높은 인터넷 이용률과 증가하는 해외 직구량을 언급하며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를 타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 바 있지만, 현재 알리는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알리는 그동안 ‘노코멘트’로 답해왔던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대표는 한국에 물류센터를 개설하는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며 “고객 만족도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는 모델로 배우 마동석을 기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 제공
알리는 모델로 배우 마동석을 기용해 광군제 등 관련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메이드 인 차이나’ 韓 판매자들에 영향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공습’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로 인해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용자가 2800만 명이 넘는 쿠팡을 뒤흔들 수 있는 기세는 아니지만, 알리는 해외 직구 수요를 빨아들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오픈마켓’의 유통방식에도 경고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명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판매하던 한국 판매자들은 이 공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중국 플랫폼은 가격뿐 아니라 물품의 확보량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게 된다.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알리가 물류센터까지 가동할 경우, ‘가격’과 ‘빠른 배송’ 모두에서 장점을 갖게 되면서 지각변동의 시각은 당겨질 수 있다.

알리의 움직임은 국내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직구로 인해 늘어나는 물류가 국내 택배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는 물류센터가 구축되더라도 현재 한국 배송을 전담하고 있는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알리바바가 컨퍼런스콜에서 해외 이커머스 시장 전략으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언급하면서, 직구 물량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진 상황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3분기 CJ대한통운이 처리한 알리 직구 물량은 약 900만 박스 수준으로, 급격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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