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사람 살리던 30대 의사…뇌사 판정 후 5명에 ‘장기기증’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12.07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애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 식사하다 두통·구토 증세
뇌출혈로 중환자실 치료 중 결국 뇌사 판정…심장, 신장 등 기증
7일 서울성모병원은 이은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기증해 5명의 환자를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7일 서울성모병원은 이은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기증해 5명의 환자를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공의 시절 고인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의대 교수가 심장 등 장기기증으로 환자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숨을 거뒀다.

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은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가 최근 심장·폐장·간장·신장 2개를 환자 5명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친구들과 식사하던 중 두통, 구토, 현기증 등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선 의식이 있던 이 교수는 응급실서 또 한 번 경련을 겪은 후 의식을 잃었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이었다.

이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자발호흡 및 뇌간반사 소실 등 뇌사 소견이 나왔다. 이에 이 교수의 가족들은 장기이식센터와의 면담 후 뇌사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아픈 환자들을 돌보겠다는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존중한 결정이었다.

이 교수의 아버지는 “결혼 후 7년만에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동생 또한 “언니는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 졸업한 고등학교의 최초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 등 훌륭한 의료인이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 자체였다”면서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 얘기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가톨릭 신자인 이 교수(세례명 스텔라)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로,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