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 ‘특수통’ ‘尹의 선배’…이동관 후임 김홍일은 누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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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시절 尹 직속상관…백종원家와의 인연도 재조명
野 “모든 공직 정치검사로” vs 與 “가짜뉴스 다룰 법률가”

윤석열 대통령이 김홍일(67)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12월6일 공식 지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자진 사퇴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뒤를 이어 ‘방송 개혁’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번 인사의 적합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김 위원장의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와 윤 대통령 및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과의 인연도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섞박지로 버틴 가난…尹과 ‘호형호제’하는 특수통 검사

김 후보자는 ‘큰 사이즈’의 수사를 연이어 이끈 스타 검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임명된 뒤 이듬해 대검 중수2과장에 보임된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 2011년에는 대형 게이트로 비화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이끌었다.

화려한 프로필을 자랑하지만 김 후보자의 과거는 불우했다. 1956년 충남 예산에서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후보자는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어 ‘소년 가장’이 됐다. 김 후보자의 증조부와 조부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했으며,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 알려졌다. 자랑스러운 가족사에도 축적한 부(富)가 적었다. 김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세 동생을 제가 맡게 됐을 때 동지섣달 대밭을 울리며 불어대는 찬바람을 견디며 살았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어려웠던 10대 시절 김 후보자에게 ‘은인’이 나타난다. 김 후보자가 예산고에 다닐 때 약 8km 거리를 통학하고 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예산고 교장이었던 백승탁 전 충남도교육감이 교장 관사에서 지낼 것을 권유한 것이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시 다섯 살이었던 백 전 교육감의 아들의 가정교사 역할을 하며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보살폈던 그 어린 아이는 훗날 유명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성장한다. 바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백 전 교육감의 지원에 힘입어 김 후보자는 1972년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학비 탓에 대학교에 바로 진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취업 대신 학업을 이어갔고, 1975년 전액 장학생으로 충남대 법대에 늦깎이 입학했다. 입학 후 7년 뒤인 1982년 충남대 출신 첫 사법시험 합격자가 되며 인생의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다.

이후 김 후보자는 강력·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거칠고 험난한 수사를 연이어 맡았지만, 법조계에서 김 후보자는 ‘용장’보다는 ‘덕장’으로 불린다. 김 후보자보다 사법연수원 4기수 선배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사 김홍일은 ‘엘리트 달변가’라기보다 묵직하면서 유한 ‘소탈한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회상한 뒤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쉽게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김 후보자의 인간적인 면모에 윤 대통령도 그를 유난히 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자보다 4살 어린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는 김 후보자를 ‘형’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과 설렁탕집을 찾아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섞박지를 보면 김홍일 선배가 떠오른다”고 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 후보자는 세 동생을 직접 키우면서 무에다 소금 간만 한 섞박지를 많이 만들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김 후보자와 윤 대통령의 관계는 지난 대선 전후 ‘정치적 동지’로 거듭났다는 후문이다. 2021년 9월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였던 윤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캠프 내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는데, 특위 위원장에 김 후보자를 직접 임명했다. 정치에 거리를 둬왔던 김 후보자가 처음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들인 순간이다. 이를 계기로 김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왼쪽), 방문규 산업통신자원부 장관이 11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왼쪽), 방문규 산업통신자원부 장관이 11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출중한 능력 지닌 인사” vs 野 “또 정치검사 인사”

이렇듯 윤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김 후보자는 이번 정권 들어 입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를 권익위원장으로 발탁했고, 이번에 예상을 깨고 이동관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전격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2월6일 김 후보자에 대해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며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 소년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 된 입지전적 인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야권은 격렬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정치 검사’를 앞세워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에서다. 또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시절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공모, 다스 차명재산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이력도 문제삼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월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송통신 등 관련 분야 경력이 전무한 특수부 검사 출신이 ‘이동관 체제’로 망가진 방통위의 위상과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러한 인물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검찰이 수사하듯 방통위를 좌지우지하며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대통령의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2월5일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공직을 자신을 따르는 정치검사들로 채우려는 심산인가. 마치 모든 요직에 정치군인을 임명했던 신군부를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다시 찾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은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김 후보자의 과거를 거론하며, 그가 ‘공정한 방통위원장’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동시에 법률가라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12월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어린 시절 소년가장으로 동생들을 키우고 자수성가했고, 백종원씨와의 인연도 알려지는 등 인생 스토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왔고, 훌륭한 인품으로도 신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사퇴한 이동관 전 후보자의) 후임 방통위원장이 거론되기 전부터 ‘묻지마 탄핵’ 운운하더니, 자질은 물론 입지전적 스토리를 가진 후보가 지명됐음에도 논리도, 근거도, 합리적 이유도 없는 비판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능력·자질을 따져보기도 전에, 단지 김 후보자가 과거 특수부 검사를 지냈고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공격은 편향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가짜뉴스를 엄단하려는 방통위의 기능을 멈추고, 총선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다분한 꼼수 책략일 뿐”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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