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한국 차별’ 논란 다시 떠올랐다…‘디지털 이민’ 가는 이유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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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구독료 42.6% 인상…스트림플레이션 본격화
한국서 가족 멤버십 등 운영 안 해…“선택권 없다” 지적

최근 유튜브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했다. 무려 42.6%의 인상률로, 2020년 9월 이후 3년3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2018년 한국에서 해당 서비스를 선보이며 매겼던 가격이 8690원(부가세 포함)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기존 회원의 경우 다음 결제일부터 인상된 가격을 내야 한다. 다만 2020년 9월 이전에 구독을 시작했다면 3개월 후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유튜브까지 구독료를 끌어올리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튜브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했다. ⓒ연합뉴스
최근 유튜브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인상했다. ⓒ연합뉴스

가입자 수백만 추정…멜론 뛰어넘은 유튜브 뮤직

한국에서 유튜브의 인기는 여전히 거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0년 10월 671억 분이던 한국인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은 올해 10월 기준 1044억 분으로 늘어났다. 이는 카카오톡보다 3배, 네이버보다 5배, 인스타그램보다 8배 많은 시간이다. 유튜브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라는 것이 시간으로 입증된 셈이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멤버십을 통해 광고 없는 동영상, 오프라인 저장, 백그라운드 재생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끼워팔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멤버십 이용자들이 더 확대되는 추세다.

유튜브 측은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유튜브 뮤직의 이용자 수(235만5619명)가 멜론 이용자 수를(231만768명) 처음으로 넘어선 것(6일‧모바일 인덱스)도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들의 요금이 인상되면서 이로 인한 수익 변화도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통신비처럼 고정 비용으로 여겨지는 멤버십 구독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큰 상황이다. 유튜브는 올해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해당 멤버십의 가격을 올렸다. 지난 7월 미국의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은 월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올랐고, 8월 영국에서는 11.99파운드에서 12.99파운드로 가격이 인상됐다.

한국 이용자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은 저렴한 요금제 정책이 운영되는 국가들이다. 인도, 튀르키예 등 국가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는 월 2000~5000원 선이다. 최근 두 배가량 인상된 아르헨티나의 구독료는 인상 후 3000~6000원대다.

유튜브 고객센터의 가족 요금제에 대한 설명 ⓒ유튜브 고객센터 캡처
유튜브 고객센터의 가족 요금제에 대한 설명 ⓒ유튜브 고객센터 캡처

한국선 단일 멤버십만 운영…계정 우회 가입 늘어

특히 ‘차별 논란’이 떠오른 이유는 유튜브가 한국 외 42개 국가에서 가족 요금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요금제는 한 가구에 함께 사는 계정 소유자 외 5명의 가족 구성원이 프리미엄 멤버십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한번 결제시 최대 6명이 이용할 수 있어 개인 멤버십보다 훨씬 저렴하다.

구독료가 저렴한 인도나 튀르키예 등의 경우 가족 요금제를 3000~5000원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한국과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료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2만원 이하에 6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요금제가 운영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족 요금제가 운영된 적이 없다. 유튜브 고객센터에 따르면, 현재 가족 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는 한국과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이스라엘이다.

지난 10월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유튜브의 ‘한국 차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는) 한국을 제외한 42개국에서 가족 멤버십을 제공 중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60% 할인된 학생 멤버십도 운영한다”며 “한국은 개인 멤버십 단 한 종류만 운영 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유튜브 뮤직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광고 제거 등 기본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훨씬 저렴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북유럽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선택권이 없는 단일 요금제만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측은 “국가별 물가 수준에 맞춰 각각 다른 가격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구독료가 갑자기 뛰면서, 프리미엄 멤버십 구독을 해지하겠다는 반응과 함께 구독료가 저렴한 국가로 계정을 우회 가입하는 ‘디지털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격 인상 전에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가상 사설망(VPN)을 활용한 해외 계정 생성법 등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우회 가입을 할 경우 알고리즘으로 인해 해당 국가의 영상이나 노래가 초반에 뜬다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구독료 격차가 커지면서 ‘명예 인도인’, ‘명예 튀르키예인’이 되려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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