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구체적 시기‧방법은 안 밝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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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현실 정치 그대로 적용 까다롭지만 취지에 공감”
김석기 “지도부 흔들기 멈추라”…초선들, 김기현 퇴진 요구에 반박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론’에 직면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을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 해산’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혁신안에 대해선 “그간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제안해줬다”며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까다로운 의제도 있지만,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조만간 구성될 예정인 공관위 등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혁신위는 공식 해산하며 당 지도부에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권고안을 제출했다. 그간 혁신위의 제안에 사실상 침묵해 온 김 대표는 혁신위 조기 해산에 따른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하며 출범시킨 데 대해 김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 목소리를 일축해 온 김 대표는 이날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김 대표는 이번 달 중순쯤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워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의 구체적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표가 말한 대로 희생과 헌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며 “김 대표가 충분히 말했기 때문에 따로 해석하진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당내 파열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퇴출 대상인 중진들이 되레 나서 쓸 데 없이 지도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석기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고 누가 당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말이냐”며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중진이란 분들이 당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김 대표 퇴진 요구를 당내 분란 조장 행위로 규정했다. 앞서 언론 등을 통해 “더 버티면 추해진다”며 김 대표 사퇴를 촉구해 온 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현진 의원 역시 이날 SNS를 통해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 되레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수포자’(수도권 포기자)라며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며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김웅 의원은 현 지도부를 ‘수포자’라고 칭한 바 있다.

배 의원은 “지금이라도 명분 없이 떠드는 무실력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도권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새로운 인사들과 새로운 전략으로 수도권 총선의 큰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한다”며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에 중진들은 초선 의원들이 김 대표를 지키기 위해 과거 전당대회 무렵 ‘나경원 연판장 사태’를 재현하려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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