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금 투자, 5가지만 기억하라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3.12.17 10:05
  • 호수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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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투자 부각
실물·금통장·KRX·ETF·ETN 등 투자 방식별로 장단점 달라

금은 그동안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1970년대 미국이 금본위제도를 포기한 이후 금은 달러와 반대되는 성격의 자산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달러가 강해지면 금이 약세를 보였고, 달러가 약해지면 금 가격은 강세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확산하자 달러는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금 가격은 반대로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금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 역시 다시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금에 투자하는 5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국제금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12월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 본점 외벽에 골드바 광고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실물 골드바, 투자 관점에서 비효율적

금 투자의 첫 번째가 실물 금을 사는 것이다. 주로 금은방에서 금을 구입하는데, 투자 관점에서 추천되진 않는다. 일단 실물 금을 사려면 금 가격에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 여기에 세공비가 5%가량 붙는다. 시작부터 –15%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고액자산가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골드바를 구입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며 수수료 역시 5%로 비슷하다. 물론 실물 금 매입의 경우 보유세가 없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도 없다. 자녀에게 몰래 유산으로 남겨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은행에서 금통장을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에서 금통장을 개설하고 돈을 입금하면 그 금액만큼 시세에 맞춰 금을 무게 단위로 환산해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인출 시에는 금 시세에 맞춰 인출된다. 금통장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개설할 수 있다. 금통장의 최대 장점은 0.01g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수료는 1~2% 수준이다. 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도 가능하다. 돈으로도 찾을 수 있고 금으로도 찾을 수 있는데, 금을 실물로 인출할 경우 부가가치세 10%를 납부해야 한다. 결국 금통장은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 활용된다. 하지만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은행이자, 배당수입 등과 함께 금통장 매매차익의 총합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한국거래소(KRX)에서도 금 거래가 가능하다. KRX 금시장은 정부가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국내 증권사에서 금 거래 계좌를 만들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거래단위는 1g으로 금통장보다는 큰 편이다. 거래 수수료는 0.3% 수준이다. KRX 금시장의 최대 장점은 세금 혜택이다. 금을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거두더라도 비과세다.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금융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금을 실물로 인출할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10%를 납부해야 한다.

증시에는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 등 금을 거래할 수 있는 종목들이 상장돼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만든 것이고, ETN은 증권사가 만든 것이다. 주식계좌만 있다면 ETF나 ETN을 매매함으로써 금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과 KODEX 골드선물인버스(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 등이 있다. 이 외에 증권사들이 만든 금 ETN도 수십 개 상장돼 있다.

금 투자를 ETF나 ETN 형태로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의 편리성도 있지만 달러 환헤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일반적으로는 달러와 금 가격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KRX 금시장의 경우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 금시세에 환율이 반영돼 원화 기준 금 가격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RX 금시장에서는 환율과 금 가격이 가격변동을 상쇄시키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덜 오르고 덜 빠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때문에 ETF나 ETN으로는 환헤지가 가능해 달러 기준 금 가격 변동이 원화 기준으로도 온전히 반영될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의 대부분이 환헤지(H) ETF인 이유다.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투자하면 된다. 퇴직연금계좌에서 거두는 매매차익은 비과세이고 55세 이후 인출할 경우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만 부과된다. 다만 대다수 국내 상장 금 ETF는 선물을 기준으로 하는 파생상품으로 연금계좌로는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는 현물에 투자하는 ETF라 퇴직연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 퇴직연금계좌로 장기적 관점에서 금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427억원에서 올해 12월 1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퇴직연금에서 투자가 가능한 금 ETN 상품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KRX 금현물 Auto KO-C 2810-01 ETN’은 금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최대 30%로 제한되는 손실제한형이라 퇴직연금계좌에서 매매가 가능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 ETF나 ETN에도 투자할 수 있다. 2004년 11월에 상장한 SPDR Gold Shares(티커명 GLD)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최초 금 ETF다. GLD 수수료는 0.40%다. 수수료를 0.25%로 낮춘 iShares Gold Trust ETF(티커명 IAU)도 유명하다. 금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금 관련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 현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ETF·ETN 통해 ‘서학개미’ 되기

금광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VanEck Vectors Gold Miners ETF(티커명 GDX)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브라질, 남아공 등 전 세계 대형 금광채굴 회사에 투자한다. GDX에 기반해 3배 레버리지 ETN 상품으로 만들어진 GDXU도 존재한다. 워런 버핏은 이자나 배당이 없다는 이유로 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워런 버핏도 2020년 캐나다 금광채굴 회사 배릭골드(티커명 GOLD)에는 투자했다. 해외 금 관련 ETF의 경우 연간 손익을 통산해 250만원 이익까지는 비과세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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