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에서 여당 대표들은 왜 계속 ‘불명예 퇴진’ 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6: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7개월 동안 이준석-권성동-주호영-정진석-김기현-윤재옥 변화
대부분 용산‧당내 갈등 속 퇴진…“대통령 직할체제 벗어나야”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 사퇴로 국민의힘은 9개월 만에 또 한 번 지도체제 변화를 앞두게 됐다. 당대표 대행 체제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여섯 번째다. 잦은 체제 변화 과정에서 당내 잡음과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지지율 고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용산의 입김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13일) 이틀간의 숙고 끝에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3월 당대표에 당선된 지 9개월 만이다. 앞서 함께 용퇴 요구를 받아 온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욱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 비대위 구성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이 불과 4개월여 남은 만큼, 빠르게 1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당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물러난 후 권성동 20일, 주호영 17일 단명

그동안 국민의힘은 지도체제가 바뀔 때마다 극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지속됐고 당내 친(親)윤석열계와 비(非)윤계 사이 갈등은 커져갔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징계로 대표직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친윤 의원들과 이 전 대표 사이 갈등이 연일 터져 나왔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내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의중이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급속도로 거세졌다.

‘체리따봉’ 건을 비롯해 여러 논란 속에서 권성동 대행 체제는 불과 20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친윤 성향의 최고위원들도 스스로 동시에 직을 내려놓으면서, 이들이 비대위 전환을 통해 이 전 대표의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내 계파 간 내분도 이 때를 기점으로 날로 격화해갔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급히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는 이보다 더 짧은 17일 만에 좌초됐다. 이 전 대표의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다. 이후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6개월 동안 당을 이끌며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지만, ‘전당대회 준비 관리형 비대위’라는 한계 속에서 지지율 상승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오히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용산의 당무 개입 논란이 이어지면서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3월 김기현 체제가 꾸려지면서 모처럼 비대위 체제를 벗어났지만, 김 대표는 ‘윤심’을 등에 업고 선출됐다는 태생적 한계를 좀체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당 안팎에서 제기한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각종 논란이 국민의힘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면서 정당 지지도 역시 30%대 중반 박스권을 넘지 못했다. 윤심에 의해 세워진 지도부는 결국 윤심을 이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김 대표 사퇴 후 14일부터 곧장 윤재옥 원내대표 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윤 대행은 당의 안정을 위해 빠르게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김기현 체제를 이을 새 비대위 수장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내각 인사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이양희 윤리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당의 새 수장으로 누가 오든, ‘용산’에 할 말을 하며 당정관계를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용산의 입김 속 지도체제의 불안정한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여러 이유와 사정이 있었지만 정부 출범 후 지도부가 무려 대여섯 번이나 바뀐 것은 그 자체로 당이 계속해서 불안했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런 당에게 어떻게 국민들이 40%, 50% 넘는 지지를 보내줄 수 있겠나”라고 자평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면면을 보면, 친윤 떠난 자리에 더한 친윤이 오는 격”이라며 “당은 향한 대통령의 그립감은 더 커지고 당은 계속해서 용산에 의해 불안정하게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