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찍고 끝…‘명품 싹쓸이’ 손 떼는 유커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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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인스타그램 영향…“젊은 유커들, 셀카에 만족”
에스티로더·시세이도 등 명품 화장품 업체 타격
12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눈이 내린 가운데 모스크바 국립대학교(MGU) 본관을 배경으로 보로비요비 고리(참새 언덕)의 전망대에 오른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눈이 내린 가운데 모스크바 국립대학교(MGU) 본관을 배경으로 보로비요비 고리(참새 언덕)의 전망대에 오른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인 해외 관광객(유커)들이 명품 싹쓸이 쇼핑에 등을 돌리면서 관련 업체 실적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각) 명품 구매에 열을 올리던 젊은 유커들이 이제는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은 명품업체들의 실적을 통해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지난달 1일 내년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5~7%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실적 조정에 기업 주가는 17% 급락,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관론은 아시아 여행 소매사업 실적 압박이 예상되고 중국 본토 회복세가 기대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배경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에스티로더는 그동안 공항 출구와 국경 상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및 면세점 등에 투자해왔다.

또 다른 명품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도 지난달 중국 및 여행 소매 부문의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36%나 내렸다.

바클리를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프랑스 고가 브랜드 루이뷔통을 소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투자 의견을 내린 바 있다.

백화점 하비니콜스를 운영하는 딕슨콘셉트는 공시를 통해 “홍콩으로 가는 중국 여행객들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처럼 쇼핑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 지역 수출기업의 임원으로, 홍콩 당일 여행을 즐긴다는 환위진씨(24)는 “중국에서도 원하는 건 뭐든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면서 “여행하면서 다른 것을 찾는다”고 밝혔다. 해변에서 사진을 찍은 후 도심에 산책하러 가는 식이다.

유커들의 달라진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작은 붉은 책)다. 중국 관광객들은 이 앱을 보면서 둘러보거나 셀카를 찍을 새 장소를 찾는다.

여행 데이터 제공업체 중국트레이딩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대표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관광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중국 젊은 층이 변화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 자료에 따르면 중국 여행객의 약 63%가 40세 미만으로,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는 쇼핑은 뒷전으로 두고 개인적인 여행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여행용 가방 제조업체 샘소나이트가 신용카드 정보 등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약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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