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설일까 예고일까…‘1군 건설사 부도설’ 후폭풍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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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연체율 급증에 ‘도미노 부도’ 우려
지방 소형 건설사는 이미 도산 위기 내몰려
금융당국 ‘부실 사업장 옥석 가리기’ 예고

국내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을 둘러싼 ‘부도설’의 후폭풍이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태영건설 부도설은 ‘낭설’로 드러났지만, 시장에선 건설사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꺼지지 않는 실정이다.

초점은 건설업 위기가 기우로 그칠지, 실제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쏠린다. 건설업 줄도산이 본격화하면 금융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은 급증하고 지방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폐업이 속출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도미노 부실을 막기 위해 부동산 PF 문제와 관련한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PF 연체율 급증에 따른 건설사 줄도산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부동산 PF 연체율 급증에 따른 건설사 줄도산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이자 못 갚고 어음 못 막고…부동산 침체기에 건설업 ‘휘청’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6월말 대비 1조2000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2.42%로, 같은 기간 0.2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연체율은 빠른 속도로 커졌다. 2020년 0.55% 수준이던 연체율은 2년 만에 4배 증가했다.

부동산 PF는 아파트나 상가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빌리는 개념이다. 시장이 호황일 땐 부담 없지만, 불황에는 부채 규모가 막대하게 불어난다. 특히 시행사가 PF를 갚지 못하고 부도날 경우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까지 채무를 떠안게 된다.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에 PF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부동산 침체기에 분양도 줄줄이 밀리면서, 건설업의 연쇄 도산 위기가 부각된 상태다.

시공능력 기준 16위인 태영건설을 둘러싼 우려도 이 같은 부동산 PF 규모에서 출발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보증 잔액은 지난 1일 기준 7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측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부도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꺼지지 않는 배경이다. 부도설이 본격화한 13일 이전과 비교하면, 태영건설 주가는 21% 넘게 하락했다.

특히 지방 소규모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는 현실화한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는 528건으로 17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사례별로 보면 시공능력평가 285위인 경남 창원 소재 남명건설, 908위인 광주 소재 해광건설 등 이달에만 40곳이 부도 처리됐다. 한 국내 중견 시행사 관계자는 “부도설에 휩싸인 건설사와 연계된 프로젝트가 천문학적 규모인 터라, 한 곳이 망하면 연쇄적으로 망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이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10월17일 공사를 재개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발행에 실패 하면서 시공사업단이 자체 자금으로 보증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기로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시사저널 최준필<br>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부동산 PF 칼 빼든 당국…‘옥석 가리기’ 예고

일단 당국은 이 같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금융시장에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 PF의 숨통을 틔어줘 왔지만,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기조 하에 본격적으로 부실 사업장을 가려낸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원을 하되, 사업성을 제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다만 당국은 급격한 조정이 이뤄질 경우 건설업 도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연착륙’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과제로 생각한다”며 “부동산 PF 연착륙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PF 부실화가 건설기업, 수분양자, 협력업체 등의 피해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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