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 쓰고 묵비권…‘자충수’에 발목 잡힌 송영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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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사안 중대성’ 집중 파고든 檢…‘혐의 부인’ 宋, 결국 구속
돈봉투 수수 의심 받는 민주당 의원 20여 명 줄소환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60)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됐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별건 수사를 직격하던 송 전 대표는 휴대폰 폐기와 차명폰 통화 등에 발목을 잡혔다.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검찰은 돈봉투 수수 정황이 확인된 민주당 의원을 줄소환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1시59분께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송 전 대표의 구속은 지난 4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의혹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같은 당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총 6650만원을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은 소각 처리시설 인허가 로비 대가로 받은 뇌물로 보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2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br>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2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br>

'혐의 부인' 장외 여론전…檢, 증거인멸 가능성 집중 타격 

송 전 대표는 수사 개시 직후부터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된 날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가 먹사연과 주변으로 확대되자 서울중앙지검에 두 차례 자진 출석했던 송 전 대표는 "비겁한 협박·별건 수사를 중단하고 저를 구속 시켜달라"고도 했다. 

자진 출석을 거부 당하고 출석 조사를 받지 못하던 송 전 대표는 장외에서 검찰을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지난 11월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를 출간한 송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XX을 하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 중대범죄'로 규정한 검찰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던 송 전 대표는 지난 8일 검찰에 첫 출석해 대면조사를 진행했지만 13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검찰이 '정치적 기획 수사'로 이미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진술을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등 공여자들이 최근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 기류가 바뀌자 송 전 대표는 "나는 알지 못했다"며 거듭 지시·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송 전 대표의 '반발'은 구속영장 발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구속 심사에 대비해 200장 넘는 분량의 PPT를 준비한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가 큰 점과 사안의 중대성을 집중 타격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기 전 사용하던 휴대폰을 폐기하고 차명폰으로 사건 관련자들을 접촉해 수사 상황을 파악한 점 등을 문제삼았다. 먹사연 PC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점도 증거인멸 우려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됐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오후 영장심사를 마친 직후 검찰의 증거인멸 지적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참고인에게 상황이 어떤지 전화한 건데 이를 증거인멸이라고 말하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반발했다. 

돈봉투 사건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책임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범행 관련성을 집중 추궁, 돈봉투 살포 경위를 재구성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20명에 대한 줄소환 등 본격 조사도 진행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검찰이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특정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인물은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혐의를 강력 부인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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