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간들에 위로를”…法, ‘형제복지원 피해자’ 첫 국가 배상 판결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12.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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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피해자 26명에 145억8000만원 배상 판결…청구액 70% 이상
재판부, 피해자들에 “위로의 말씀 드린다”…피해자들 “감사합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부랑자 등에 대한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 해야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국가)는 원고(피해자들)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은 1인당 최소 8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까지일 것으로 보여진다. 배상 청구된 액수 203억원 중 70% 이상인 145억8000만원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설립의 근거가 된 박정희 정권 당시 ‘내무부 훈령’ 자체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부랑인 신고단속 보호 등 내부무 훈령으로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수용 했지만, 이 훈령은 법률유보·명확성·과잉 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한 훈련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이에 따라 원고들이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면서 “법리에 따르면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 대해선 “(강제 수용자들이) 극심한 육체·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원고들 상당 수가 미성년자였기에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불법 행위로부터 35년이나 지났지만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들을 향해 “강제 수용돼 그 기간에, 고통과 또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을 건넸다. 법원에 직접 출석한 일부 피해자들 또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이란 1960년 7월20일부터 1992년 8월20일까지 부랑인으로 지목당한 이들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민간 시설인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 당한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이다. 부산 북구에 위치한 형제복지원 설립의 법적 근거는 1975년 박정희 정권 당시 부당인 단속 및 수용 목적에서 제정된 ‘내무부 훈령 410조’다.

형제복지원 입소자 수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만 약 3만8000명에 이른다. 1975년부터 1988년까지 총 657명의 수용자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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