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도 민주도 “협상은 없다”…출구 닫힌 ‘김건희 특검법’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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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총선 겨냥 흠집내기용”…尹 거부권 확실시
국민의힘 “노무현도 거부권 행사”…뜻 모은 당정대
野 “조건부 수용? 일고 가치도 없다” 한동훈 압박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아세안·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월1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회 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과 여야 모두 ‘조건부 수용’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총선 전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김 여사 특검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정치권에선 여당의 새 수장에 오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일종의 협상안을 야당에 역제안할 거란 관측이 오르내렸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특검법은 악법”이라면서도 ‘야당의 특검 추천’ ‘수사 생중계’ 등 독소조항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그가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총선 후 특검을 치르자는 ‘조건부 수용안’을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기류는 지난 주말을 거치며 ‘조건부 수용 불가’로 빠르게 기울었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특검은)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란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처음으로 용산의 입장을 공언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과 관련해 “저희들 입장은, 총선을 겨냥해서 어떤 흠집 내기를 위한 그런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5일 윤재옥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공개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의 ‘조건부 수용’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이야기에 격노했다는 취지의 뉴스1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대통령실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김건희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기색과 향후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은 더욱 확실시됐다.

여당도 김건희 특검 수용 불가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은) 사법적 정의 실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처음부터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주권교란용 악법”이라고 평가했다. 윤 권한대행은 특검 대상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결혼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권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고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이 성립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8일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할 계획을 사실상 천명했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에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권은 다수당의 횡포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고 압박 가하는 것은 완벽한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특검과 관련한 협상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이 제시한 조건을 들으며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 입장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김건희 방탄’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문제 삼는 ‘독소 조항’ 또한 앞서 최순실 특검 때부터 이어져 온 조항으로 전혀 문제없다고 맞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특검법은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28일 본회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동훈 위원장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의 운명을 결정 짓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의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특검법 수용을 거부하더라도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 '김 여사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신속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김건희 특검을 지지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이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 10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총선을 100일여 앞둔 지금, 국민 다수 여론에 반하는 ‘특검 거부권’ 결정으로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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