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특수’로 고향사랑기부 몰렸다…‘손질’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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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모금 금액 증가세…일 평균 1억원서 6억원으로 급증
세액공제 금액 확대 등 개선 과제로 꼽혀…“답례품 품질도 담보돼야”

연말이 되면서 올해 첫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의 일 평균 모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 평균 모금액은 1억원에 그쳤지만, 12월 중순을 지나며 6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실적을 홍보하면서 막바지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중이다. ‘연말정산 특수’를 타고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모금 방식 개선과 기부자 혜택 확대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기부 답례품의 품질 문제까지 지적됐다.

지난 1월19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농협중앙회 직원,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등이 고향사랑기부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9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농협중앙회 직원,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등이 고향사랑기부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바지 혜택’으로 인식…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 문화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올 1월1일부터 시행된 제도다. 기부금으로는 취약계층 지원,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각 지자체의 주민복리 증진사업이 진행된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나 농협은행 창구를 통해 기부가 가능하다.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주민등록상 거주지(기초‧광역)를 제외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과거에 살았던 거주지, 기부를 하고 싶은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특히 12월 들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실적이 크게 오른 것은 연말정산을 앞둔 직장인들이 이를 ‘막바지 혜택’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할 경우, 10만원 이하 기부금에 대해서는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0만원 초과분의 경우 16.5%가 세액공제 된다. 기부 정보는 국세청 홈택스에 자동으로 신고된다.

10만원 기부시 3만원 상당, 최대 기부 한도액인 500만원 기부시 150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답례품 지급은 포인트 형태로 이뤄진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하면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발급된다(유효기간 5년). 이를 활용해 자신이 기부한 지자체의 답례품을 선택하면 된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된 물품이 답례품으로 제공되며, 지역상품권이나 여행상품권도 선택할 수 있다.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10만원 기부시 3만원어치의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가 공유되면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답례품이 어느 지자체에 있는지 확인한 뒤 해당 지자체에 기부하라는 팁이 공유되기도 했다. 자주 방문하는 지역이나 여행을 고려하는 지역이 있을 경우 답례품 대신 지역상품권을 수령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세액공제를 위한 기부는 오는 31일 23시30분에 마감된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는 마감에 가까울수록 대기가 발생해 기부가 어려울 수 있다며 29일까지 기부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고향사랑e음 사이트는 마감에 가까울수록 대기가 발생해 기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오는 29일까지 기부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는 마감에 가까울수록 대기가 발생해 기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오는 29일까지 기부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1인당 평균 10만원가량 기부…동기부여 어려워

연말에 기부금이 몰리고 있지만 ‘시행 1년’의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실적’을 분석한 결과, 1월부터 10월까지 총 16만9310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모인 기부금은 198억7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1만7000원을 기부했다. 10만원 이하로 기부한 금액이 총 기부 금액의 5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부 규모가 ‘10만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모금이 몰리면서 전체 액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 모금액은 10만원 선을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액 세액공제 상한선이 10만원인 이상, 그 이상을 기부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 지급률이 30%로 제한된 포인트 역시 독려 장치로 기능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도 여럿 발의돼 있다. 기부금 상한액 폐지 또는 완화, 거주 지역 기부 허용, 세액공제 범위 확대(20만원) 등의 내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제도적 정비’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환원 비율을 확대하고,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와 농협은행으로 한정된 기부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와는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봤다.

일본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의 고향납세 페이지. 쉽게 ‘고향세’를 알아보고 신청할 수 있도록 만든 덕분에 납부액이 크게 급증하고 있다.
일본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의 고향납세 페이지와 고향세 증가 추이

“일본 ‘고향납세’와 달라…답례품 한도 풀어야”

일본의 고향납세는 내야 할 주민세를 원하는 지자체에 납부하는 형태로, 사실상 서로의 세수를 끌어가는 ‘제로섬’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자, 답례품 한도를 기부금의 30%로 제한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자발적인 기부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로 지자체 간 경쟁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답례품 한도를 풀어 기부를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영운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고향사랑기부제는 원래 납부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을 전제로 한 기부인 만큼, 답례품 한도를 풀고 더 매력적인 답례품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는) 기부자 부담은 크고 혜택이 적어 흥행하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한 바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에 등록된 답례품 중 가공식품과 농축산물의 등록 비중은 70%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에서 답례품비로 지출한 금액을 살펴보면 지역상품권이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축산물 등을 선택하게 하려면 답례품의 품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 기부자를 통해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의 품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기부를 유도하는 답례품과 해당 업체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답례품을 등록한 지자체는 발송업체 측에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업체 귀책사유로 인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협약에 따라 교환이나 반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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