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vs “아픈 부분 꼬집어”…한동훈 연설 평가 분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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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5000만의 언어? ‘尹의 언어’” 원칙과상식 “이재명에게 영향 미치길”
與 대권 경쟁자들도 엇갈린 평가…안철수 “공감” 유승민 “쌩뚱”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수락연설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반감을 쏟아낸 가운데, 민주당에선 격앙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내 ‘원칙과상식’에선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일부 공감을 표하며 이 대표 사퇴를 재차 압박했다. 여권 내에서도 한 위원장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 사이 평가가 엇갈렸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정권을 견제하는 것은, 감시하는 것은 야당 몫”이라며 전날 자신과 민주당을 향한 한 비대위원장의 저격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은 정쟁에만 몰두해온 여당에 국정 운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여당이 집권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어떻게 취임 첫 일성으로 그간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 한마디 없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모독과 독설부터 뱉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5천만의 언어’가 아닌 독설로 가득 찬 ‘윤석열의 언어’로 첫 일성을 밝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용산 세레나데’가 아니라 ‘민심 세레나데’부터 부르시라”며 “그 첫 소절은 ‘김건희 특검법’이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역시 SNS를 통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이야기할 시간에, 창당 이후 당대표가 연거푸 임기도 제대로 못 채운 윤석열 사당화부터 막아설 생각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의 ‘김건희 제일주의’야말로 국민들이 여당과 대통령에 질색하는 제1의 원인”이라며 “지금 한 비대위원장이 되새겨야 할 말은 영화 대사 한 대목처럼 ‘너나 잘하세요’다. 취임사에서부터 남 헐뜯기라니! 앞날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한 비대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에 “강남, 영남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없고, 비례대표는 검사공천에 차질을 빚을 것 같으니 고육지책으로 한 불출마 선언”이라며 “검사공천용 자구책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또 “한동훈에 충고한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윤석열 검사독재정권과 먼저 싸워라. 그리고 국민 앞에 제발 좀 겸손하라”라고 지적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586 운동권’과의 전쟁을 선포한 데 대해 ‘586그룹’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도 즉각 날을 세웠다. 우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립과 증오를 부추기는 것으로 취임사를 대신한 걸 보면서 ‘저게 저분이 비판하는 운동권 출신 정치와 뭐가 다르지?’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내 ‘원칙과상식’은 한 비대위원장의 연설을 통해 이재명 지도부의 사퇴를 한층 더 압박하고 나섰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이재명의 민주당’ 비판과 관련해 “민주당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잘 지적해준 것 같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분석하며 “이 대표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영향을 좀 미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 역시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의 근본적 문제는 건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민주당 비판 지점에 대해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원칙과상식에서 그동안 지적해 온 부분과 일부 겹친다. 민주당도 변화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여권 내 한 비대위원장과 잠재적 경쟁자인 차기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특히 한 비대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먼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 비대위원장의 연설에 대체로 공감을 표하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특집 1라디오 오늘》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참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굉장히 진솔하게 들렸고 의지가 굳다는 걸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불출마에 대해선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모두 국가를 위해선 개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내려놓자. 그런 상징적 의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비대위원장 불출마를 ‘책임 회피’로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MBC에 출연해 “(비대위원장) 포지션으로 총선을 치르고 자기만 불출마한다니 굉장히 실망스럽고 쌩뚱맞다.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든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 전 의원은 한 비대위원장이 ‘악법’으로 규정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특검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으로 내년 1월을 계속 간다면 망하자는 것”이라며 “한 비대위원장이 괴롭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리스크인 ‘김건희 특검법’ 안개를 싹 걷어낼 결심을 해주길 제발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홍 시장은 전날 SNS를 통해 “특검법을 받아들이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거부하면 국민적 비난이 가중된다”며 “한 비대위원장이 슬기롭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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