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폭우로 맨홀 빠져 사망한 남매…法 “서초구, 유족에 16억 배상하라”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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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유족 제기 손배소서 구청 관리 책임 인정
“도로 관리청은 서초구…배상 책임 있다”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19 특수구조대원 등이 폭우로 휩쓸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19 특수구조대원 등이 폭우로 휩쓸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8월 중부지방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의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가족이 서초구청으로부터 약 16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법원이 서초구청의 도로 관리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최근 남매 A·B씨의 유가족 측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서초구)는 원고(유족)들에게 총 16억47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남매인 A·B씨는 작년 8월8일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던 당시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 뚜껑이 개방된 맨홀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이들 남매는 차를 타고 가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일시 대피했다가 비가 잦아든 틈을 타 이동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 측은 재판 과정에서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이다.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사고이므로 구청 측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과거 비가 더 적게 내릴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맨홀 뚜껑이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열렸다 하더라도,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됐다는 점에서 서초구 측의 관리 책임이 인정된다고도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망한 A·B씨  남매의 과실 20%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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