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이냐” 계파 갈등에 소금 뿌리는 민주당 ‘고무줄 검증’ 논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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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음주운전’ 전력 인사 ‘적격’ 판정에 잡음
비명계 ‘편파 검증’ 주장하며 이탈 조짐…공관위원장 인사에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조정식 사무총장, 고민정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조정식 사무총장, 고민정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 공천 작업과 관련해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논란의 인사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번복하는가 하면, 비슷한 사유를 가진 두 인사에 엇갈린 판정을 내려 ‘고무줄 잣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일부 비명계 인사들이 결과에 불복, 탈당까지 시사하고 있어 잡음이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 통과자 명단’에 과거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문 지회장은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문 전 의장의 지역구(경기 의정부갑)에 도전했다가 ‘지역구 세습’ 논란으로 공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 낙선한 바 있다.

문 씨의 적격 판정 소식이 전해지자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거세게 반발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의 단수 공천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 ‘경선 불복’이라는 이유로 최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김 전 시장 측은 문 지회장과 자신이 같은 사유를 안고 있는데 상반된 결과를 떠안았다며 검증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 검증위 측은 문 지회장의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면 받아 복당한 만큼, 과거 이력이 면책돼 후보 검증 심사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전 시장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결과가 바로잡히지 않을 경우 당에 남아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친낙(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최성 전 시장도 친명계 한준호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 예비 후보에 지원했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고양시장 재직 때 당정 협력 일정에 불응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이낙연 신당행’을 공개 예고했다.

이러한 판정은 앞서 친명계 정의찬 당대표 특별보좌역에 대한 검증위의 적격 판정과 비교되면서 ‘고무줄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정 특보는 총선 후보자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실형 받은 전력이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부적격 판정으로 번복된 바 있다. 정 특보가 준비 중이던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이 비명계 윤재갑 의원의 지역구란 점에서 계파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전날 발표된 이용주 전 의원에 대한 ‘적격’ 판정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음주운전 전력에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분당 시 국민의당으로 출마했던 행보에도 불구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탓이다. 검증위 측은 음주운전과 관련한 ‘예외 없는 부적격’ 기준이 ‘윤창호법 시행 이후 적발’인 만큼, 법 시행 이전 음주운전을 한 이 전 의원 판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잇단 판정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비명계에선 ‘친명 검증’이 본격화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칙과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검증위의 부실 검증, 친명 검증이 시작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비명계 한 원외 인사도 취재진에 “너무 노골적이다. 공산당을 떠오르게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 갈등이 커지자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오찬을 함께 하며 “그동안 우려한 대로 (공천 관련해) 일이 발생해 염려가 된다. 당에서 잘 풀고 관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축적되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비명계의 문제 제기가 과도한 피해의식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명확한 근거에 따라 검증을 거쳤으며, 비명계만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 또한 아니란 주장이다. 친명계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이 과거 ‘보복운전‘ 논란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점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편견을 갖고 검증 과정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 같다”며 “원칙과상식 의원 4명 모두 적격 판정 받은 건 뭐라고 할 건가”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 공천의 전반을 관리할 공천관리위원장 인사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혹여 친명 성향의 공관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비명계 공천 학살’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당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 측은 외부 인사를 공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향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윤곽이 드러날 공관위원장 인선은 총선 전 민주당 통합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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