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령탑 한동훈 ‘野 심장부’ 첫 방문…‘긴장의 광주’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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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與비대위원장 4일 光州방문…경찰 비상
광주 북부경찰, 5·18민주묘지 인력 2배 배치
호남 구애(湖南 求愛)…‘광주 메시지’ 주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야권의 심장부 광주(光州)를 찾는다. 여당 사령탑에 오른 뒤 첫 방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산 피습사건’ 여파로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을 앞두고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도 돌발 사태에 대비해 한 위원장의 신변 보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론 외연확장을 위해 호남구애(湖南求愛)에 나선 한 위원장이 내놓을 ‘광주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때 환대…이번엔 시련겪나 

열차 편으로 광주를 방문하는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1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한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월 국무위원(법무부장관)으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었다. 당시 행사장을 떠나는 한 위원장을 발견한 여성 자원봉사자 등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기념 촬영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공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 대표가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데다 방문 하루를 앞두고 한 위원장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인터넷에 올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민주당 한 총선 예비후보는 3일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한 위원장의 광주방문 반대시위를 벌였다. 김성진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는 1인 시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광주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5·18묘지에서 진보단체 등과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오월어머니집 한 관계자는 “우리는 (5·18민주묘지에) 안 가는데 일부 단체에서 한동훈 참배 반대 집회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진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가 3일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방문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광주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진 선거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성진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가 3일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방문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광주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성진 선거캠프 제공

광주서 줄줄이 ‘수난’ 겪은 보수당 인사 

과거 보수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은 야권의 본산인 광주를 방문했다가 현지 진보단체들의 항의와 반발에 직면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대표는 2019년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단체로부터 물세례를 맞았고,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땐 육탄 항의와 함께 의자·물병 등이 날아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2022년 3월 정치참여 선언 이후로 세 차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첫 번째로 제헌절인 그해 7월 17일 민주묘지를 방문, 헌화분향한 뒤 묘역 참배까지 했다. 하지만 대진연 소속 학생 10여명은 윤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며 ‘박근혜 사면 공감하는 윤석열은 대선후보 자격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후 민주묘지를 2차례 더 찾았지만 모두 ‘반쪽 참배’에 그쳤다. 5월 어머니회와 진보단체 등의 반발에 막혀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모탑 50m 앞에서 퇴각해야만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인 11월 10일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또다시 5·18단체와 광주시민의 거센 반발 속에서 헌화·분향을 하지 못한 채 묵념과 사과문 낭독만 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대선 막바지인 지난해 2월 6일에도 5·18 묘지를 재방문했으나 역시 5월 어머니회의 침묵시위에 막혀 추모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반쪽 참배를 거듭하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8일에야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넘었다. 기념식장으로 가는 통문(通門)격인 민주의 문에서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 입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민주묘지에 도착, ‘민주의 문’을 통과한 뒤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차례로 지나 추모탑 앞에서 진행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5·18 기념식 당일 ‘민주의 문’을 통과한 것은 보수 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경호 등의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제37주년 기념식 당시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민주의 문’은 5·18 희생자들이 한데 묻힌 민주묘지의 정문으로, 3칸짜리 기와건물 대문이다. 

2021년 11월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서 오월어머니회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 100여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분향과 묘역 참배 반대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2021년 11월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서 오월어머니회와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 100여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분향과 묘역 참배 반대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경찰, 신변보호 ‘촉각’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 때문에 광주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일정에서 피습을 당한 가운데 경찰청 본청에서 경호 강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동선을 점검하고 경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광주경찰청은 ‘요인 보호’ 수준으로 경호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관할 북부경찰은 평소 국립5·18민주묘지 주요인사 참배 시에 배치하는 경호 인력의 2배 이상을 현장에 배치 할 방침이다. 서부경찰도 3일 오전께 경호 인력을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지만 평소 배치되는 경찰력보다 증원할 계획이다.

이 대표 부산 일정은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총 50여명이 배치됐는데, 지지자를 위장한 용의자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호 수준이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호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며 “본청의 경호 강화 지시에 따라 광주 방문 예정인 한 위원장에 대한 경호도 강화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18일 오전 국무위원(법무부장관)으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북구 여성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18일 오전 국무위원(법무부장관)으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북구 여성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헌법전문 수록 등 현안 입장 표명할지 ‘관심’

국민의힘의 광주와 5·18묘지 방문은 서진전략의 일환으로 ‘호남 구애’와 직결된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20년 8월 비대위원장 취임 후 5·18묘지를 찾아 5·18왜곡에 대해 ‘무릎 참배’했다. 이후 여러 차례 국립묘지를 방문하며 ‘불모지’인 호남에서 한때 당 지지도가 20%선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도 지난 2021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을 참배하며 호남 구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7월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나 대권 도전 선언 후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5·18정신의 헌법수록을 찬성한다고 밝히며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고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기지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피로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고 썼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해 10월 민주묘지에 참배,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큰 업적”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큰 업적(을 이뤘고) 우리의 기억 속에 계속 남아있다”고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5·18민주묘지 참배 뒤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5·18민주화운동 관련한 현안으로는 오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과 국가유공자 승격 등이 꼽힌다. 

5·18 공법3단체도 한 위원장의 광주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5·18 공법단체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밝힐 한 위원장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며 “총선 전 단체와 만나 정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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