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은 ‘의자와 헤어질 결심’…서서 움직이는 신체활동 늘려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7 14: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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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으면 수많은 질환 위험 증가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무용지물
“우리는 앉아서 죽어가고 있다” 경고도 나와

‘의자와 헤어질 결심’을 새해 소망으로 삼으면 어떨까. 현대인에게는 의자에 앉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운동보다 더 절실하다는 게 국내외 의료계의 최신 시각이다. 하루에 앉는 시간을 몇 시간 이내로 하라는 지침은 없지만, 30~60분마다 일어나서 앉는 시간의 총량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한 때임은 틀림없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한국인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8.6시간(2020년 기준)이다. 2014년에는 7.9시간이었고, 2017년에는 국민의 56.6%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시간 앉아있는 사람도 21%나 됐다. 이처럼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평균 수면 시간이 약 7시간이니까 자는 시간보다 더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셈이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TV를 시청할 때도 푹신한 소파에 앉는다. 당연히 앉아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 

정부가 국민의 앉는 시간까지 살피는 이유는 그 시간과 건강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어서다. 1950년대부터 ‘의자 중독’이라는 말이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더 마시려는 것처럼 의자 중독은 계속 앉으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이후 앉는 행동은 중독 정도가 아니라 질병이라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오랜 좌식 생활이 심장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며 이를 ‘의자병(sitting disease)’이라고 명명했다. 의자병은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생활습관과 대사증후군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최근에는 앉는 습관이 수명까지 줄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6년 암, 비만, 당뇨병, 심장혈관 질환의 일부분이 앉아서 생활한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한 제임스 레빈 박사(미국 메이요클리닉)는 1시간 앉으면 수명이 2시간 줄어든다면서 “앉는 생활은 흡연보다 위험하고 에이즈보다 많은 사람을 사망하게 만든다. 우리는 앉아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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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앉으면 3시간 수명 단축

앉는 순간, 우리 몸은 거의 모든 기능을 멈춘다. 영국 러프버러대학의 스튜어트 비들 교수 등에 따르면 근육 움직임이 거의 없고,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호흡도 옅어지고, 호르몬 분비 기능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대사 기능을 떨어뜨려 에너지를 아끼려는 작용이다. 에너지는 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즉 비만해지는 것이다. 한국영양학회가 주로 앉아서 생활하면서도 운동하지 않는 사람(A)과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지만 출퇴근, 쇼핑, 가사, 가벼운 운동 등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B)의 열량을 비교한 적이 있다. A는 B보다 매일 250kcal 열량을 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가 1개월 이어지면 우리 몸에는 약 1kg의 체지방이 쌓이는데, 60kg인 사람이 1년 후 약 72kg이 되는 셈이다. 

단순히 뚱뚱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뇌졸중, 당뇨병, 뼈·근육 약화, 심장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진이 60대 미국인 약 7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하루 13시간 이상 앉는 사람은 11시간 미만 앉는 사람보다 7년 이내에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2002년 앉는 습관이 당뇨병 위험을 2배 높인다고 발표했고, 2016년 당뇨병 학술지에는 1시간 앉을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5배 높아진다는 연구 논문도 실렸다. 

심지어 암도 앉는 습관과 관련이 있다. 미국암학회는 2015년 하루 6시간 이상 앉는 여성은 혈액암(다발성 골수종) 위험이 65% 커진다고 보고했다.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관절염·근골격·피부질환 국립연구소는 2015년 하루 6시간 이상 앉는 여성에게는 1년에 약 1%의 골밀도 손실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엉덩이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데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엉덩이에 힘을 주는 법을 잊어버린다. 대둔근·햄스트링 조절 장애인데 흔히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 디스크나 각종 통증이 자주 발생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 질환도 앉는 습관과 관련이 깊다. 1953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랜싯)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런던의 이층버스 운전사는 안내원보다 관상동맥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배 높다는 내용이다. 운전사는 종일 앉아서 운전했고 안내원은 요금을 받기 위해 버스 내부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닌 결과다. 

이처럼 앉는 습관은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므로 사망 위험은 커지고 기대수명은 짧아진다. 미국암학회는 2010년 앉는 시간이 하루 6시간 이상인 여성은 3시간 미만인 여성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이 3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의 조기 사망 위험은 18%였다. 2012년 호주 퀸즐랜드대학은 1시간 앉아서 TV를 보는 동안 22분씩 기대수명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루 8시간을 앉아 생활하면 약 3시간의 수명이 단축되는 셈이다. 일본 와세다대학 연구팀도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사저널 임준선
한 직장인이 저녁식사 후 소파에 앉아 TV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덜 앉아있고, 더 움직여라’가 결론”

앉는 시간이 길더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괜찮지 않을까. 2012년 약 8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영국 레스터대학 연구팀은 하루 24시간 중 50~70%를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당뇨와 심장혈관 질환 위험이 2배 증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오래 앉아 생활하면 정기적으로 운동하더라도 발병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에마 윌모트 박사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에서 운동하는 것이 곧바로 소파에 눕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오랜 시간 앉아있는 생활을 통해 생긴 폐해는 여전히 남는다. 매일 30분씩 운동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시간에 줄곧 앉아서 생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앉는 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 14편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토론토재활연구소는 2015년 장시간 앉는 생활습관이 심장병·암 사망 위험을 약 20%, 당뇨 위험을 최대 90%까지 높인다고 발표하면서 “하루 8~9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이 하루 1시간씩 규칙적으로 운동해도 이런 사망 위험이 감소하지 않았다. 최소 30분에 한 번씩 3분 이상 일어나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했다. 

하루에 앉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면 치매 위험까지 급증하는데, 이 정도면 운동도 무용지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레이츨린 생물학·인류학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의학저널(미국의학협회지)에 앉아있는 시간과 치매 위험의 관계를 보고했다. 60대 이상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평균 6.7년 동안 시행한 연구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약 9시간인 사람에 비해 10시간인 사람은 치매 위험이 8% 높았고, 12시간인 사람은 63%까지 치솟았다.

‘앉아있는 시간’은 잠자지 않고 누워있거나,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승용차를 타고 있는 등 모든 형태의 앉아있는 시간을 합산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도중에 잠시 걷거나 짧게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더라도 치매 위험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중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이었다. 레이츨린 교수는 “오래 앉아있는 생활방식이 인지·기억 능력 쇠퇴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이런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이 운동한다고 치매 확률을 낮출 수는 없다. 덜 앉아있고, 더 움직여라(sit less, move more)가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앉는 시간 줄이고 NEAT 실천하기 

그렇다면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면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은 감소할까. 이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2022년 과학스포츠의학저널에 게재됐다. 핀란드 투르쿠대학 연구팀은 40~65세 6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하루에 1시간씩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평소 습관을 유지하도록 했다. 3개월 후 비교해 보니 앉아있는 시간을 줄인 그룹의 혈당, 인슐린 저항성, 간 기능 등이 더 좋게 나타났다. 이는 심혈관 질환과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운동량을 늘리는 것보다 더 쉽다. 앉아있는 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신체활동량을 늘리면 더 큰 건강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WHO는 2009년 인류의 사망 원인 4위로 ‘신체활동 부족’을 지목했다. 또 일주일에 고강도 운동은 75분, 중등도 운동은 150분 이상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치이는 현대인이 운동할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주말에 운동을 몰아서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일엔 운동하지 않다가 주말에 등산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다. 등산 후엔 개운함을 느끼고 자신이 건강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등산 등 운동한 다음 날 소파에 앉아 퍼지거나 존다면 무리한 것이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는 있어도 신체 피로와 탈진 상태가 누적돼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차라리 평소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실천하는 신체활동은 NEAT(비운동성 활동 열생성)다. NEAT는 제임스 레빈 박사(미국 메이요클리닉)팀이 1999년 만든 용어로, 바쁜 일상에서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할 수 없다면 평소 신체활동량을 늘려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법이다. 가령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걸어다니거나, TV를 보면서 청소 또는 벽에 손을 짚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이다. 휴지통, 물, 음료 등 필요한 물건은 되도록 책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일어선다. 물건을 살 때도 인터넷 쇼핑보다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한다. 양치질할 때 스쿼트를 하는 방법도 있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NEA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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