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1인 창업이 新불황시대 창업의 틈새 전략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7 10: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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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용띠 해 창업의 핵심 키워드는 ‘골목상권’
복고형 고깃집과 면류 아이템, 무인 창업 등 주목해야

2024년, 창업시장에 따뜻한 봄날은 올까. 엔데믹 첫해였던 작년 창업시장은 어려움 그 자체였다. 고물가로 인한 원가 상승과 순이익률 감소, 판매가 인상으로 매출 하락세가 컸다.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 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자영업 1곳당 평균 대출금액은 1억8000만원에 달했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의 벽이 높아지면서 신규 창업시장도 얼어붙었던 한 해였다.

2024년 창업시장은 ‘신(新)불황시대’의 틈새나 돌파구 찾기가 시작될 것으로 판단된다. 상권에 나가 보면 여전히 ‘임대문의’를 써붙인 공실 점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창업시장은 상가 부동산 시장과도 연동된다. 올해 창업시장은 2월초인 설 연휴를 지나면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와 투자자 관점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창업시장 이슈는 무엇인지, 불황 속 기회 찾기의 방법론을 정리했다. 

2023년 11월9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창업 아이템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3년 11월9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창업 아이템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설 연휴 지나면서 창업시장 본격화할 전망

우리나라의 불황기 창업은 1997년대 말 터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학습화한 적이 있다. 때문에 올해는 ‘실속 창업’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IMF 시대 창업 이슈는 창업자금 5000만원 수준의 아이템 찾기였다. 2024년 신불황기 창업시장 또한 1억원 내외의 최소 자금 창업이 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공정위에 등록되거나 취소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월 150~200개에 달한다. 창업비용 1억원 내외 최소 자금으로 오픈할 수 있는 브랜드가 속속 등록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3년간 증가했던 폐업 자영업자들은 이 실속 창업 콘셉트로 재기 창업에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창업시장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상권 이슈는 ‘골목상권 활성화’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자영업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는 전국 1408개 전통시장 살리기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자영업 상권 활성화의 축이 로드숍 중심의 골목상권 살리기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7개의 로컬브랜드 골목상권을 새롭게 지정했다. 강남구 양재천길, 영등포구 선유로운, 마포구 합마르뜨길, 구로구 오류버들길, 중구 장충단길, 노원구 경춘선숲길, 용산구 용마루길 등은 새로운 분위기로 치장하면서 신세대 소비층을 불러모으는 핫플 골목상권으로 변신 중이다. 행안부도 전국의 로컬브랜딩 사업지 10곳을 지정하고, 지역의 골목상권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창업자 및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가 분양가 거품이 큰 신도시 아파트 상권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원도심 골목상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의 핵심 가치는 10평 내외의 작은 가게 창업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이 적용된다. 주휴수당까지 합한다면 시간당 인건비는 1만2000원에 육박한다.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는 측면에서 직원을 많이 채용하는 창업보다는 ‘1인 창업’이나 ‘1.5인 창업’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부상하는 골목상권 속 작은 가게의 1인 창업 아이템, 알바 인력 1~2명 정도를 채용하는 1.5인 창업을 희망하는 창업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창업과 직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노리는 이른바 ‘창직’ 코드의 중장년 창업자들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판단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외식업 시장에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리드하는 카페 창업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깃집 시장에서는 불황기의 틈새 콘셉트인 복고형 아이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유행했던 솥뚜껑 삼겹살집, 드럼통 숯불구이 형태의 정통 삼겹살집, 업그레이드된 정육식당, 뉴트로 분위기의 포차 같은 복고 아이템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한다면 원재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면류 아이템도 의미가 있다. 한식면 아이템으로는 국수, 수제비, 칼국수나 칼제비 같은 면류, 양식면 아이템은 스파게티전문점 같은 1인 파스타전문점, 일식면 아이템은 우동집과 라멘집, 중식면의 짜장 및 짬뽕 아이템은 여전히 유효하다. 포인트는 면류 음식도 판매하면서 상권 특성에 따라 객단가를 높이는 주류 메뉴를 접목한다거나 세트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주류 아이템 중에서는 칵테일과 하이볼 메뉴를 내세운 칵테일전문점, 하이볼포차 같은 아이템도 확장세가 커질 전망이다. 배달 아이템의 숨고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배달 100% 아이템들은 2024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업 시장은 어떨까. 6만 개에 달하는 국내 편의점 시장은 그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인 창업은 직장인들의 투잡 형태로 각광받는다. 무인편의점, 무인문구점, 무인 반려동물 용품숍 등 각종 무인 판매점도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무인 창업 매장의 투자 대비 수익성은 크지 않다.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서비스업 시장에서는 보드게임방 같은 공간 서비스 아이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금액 과다로 인한 위험요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면밀한 수익성 판단이 관건이다. 불황기를 겨냥한 타로카페, 명리학카페, 라이프코칭카페 같은 아이템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2023년 11월9일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현장 ⓒ뉴시스

분초사회에 맞는 ‘시성비 맛집’도 주목

2024년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분초사회’다.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얘기다. 창업시장에서는 가성비, 가심비보다 중요한 ‘시간의 가성비’가 주목된다. 이른바 ‘시성비 맛집’도 출현할 수 있다. 사이렌오더 같은 시간 절약 시스템도 창업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코드다. 동시에 호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을 위한 유연성 있는 가격 전략도 필요하다. 일본 골목상권에 보편화돼 있는 스탠딩 초밥집, 스탠딩 주점 같은 ‘서서 먹는 식당’ 아이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규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경쟁력 만들기는 더욱 중요해진다. 블로그 및 유튜버 계정을 오픈하고, 온라인 마케터 역량을 갖춘 다음에 창업을 실행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불황기의 골이 깊어지고, 위기가 커질수록 창업시장 기회요인도 증가한다. 2024년 신불황시대 창업자의 소소한 행복 찾기 코드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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