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범 엡스타인 문건 공개 파장…클린턴·英왕자도 언급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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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주요 인사 등 200명 안팎 거론
“이름 올렸다고 범죄 연루는 아냐”
2008년 재판을 받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모습 ⓒAP=연합뉴스
2008년 재판을 받는 제프리 엡스타인의 모습 ⓒAP=연합뉴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공개됐다.

3일(현지 시각)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지금까지 비공개였던 엡스타인 재판 관련 문건 40건을 공개했다.

1000쪽에 달하는 이 문건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행각을 도운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생전 폭넓은 인맥을 유지했고, 그의 재판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인물은 17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름이 공개될 인물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명단에 오른 이들이 모두 엡스타인의 성범죄와 관련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파장을 피해갈 순 없을 전망이다.

일부 외신은 이날 공개된 자료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앤드루 왕자에 대한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미 뉴욕포스트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2016년 엡스타인을 고발한 요한나 쇼베르크가 “앤드루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고 말한 사실 등이 법원 기록에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2015년 법원은 “주프레의 주장은 실체가 없다”며 재판에서 이에 대해 다루지 않았고, 앤드루 왕자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외신들은 또 쇼베르크가 “엡스타인이 ‘(여자를 언급하며) 클린턴은 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했다”고 말한 사실이 기록에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최근 문건에 50차례 이상 언급됐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지금까지 “엡스타인과 아는 사이인 것은 맞지만 성범죄와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해왔다.

이외에도 공개된 자료에는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인물 중 고위 관료와 학자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를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미국 진보 지식인 대부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도 엡스타인과 수년간 교류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엡스타인과 개인적 인연이 있을 뿐 성범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는 엡스타인 측으로부터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수상한 돈이 이체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건들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명단 공개는 지난달 뉴욕연방법원 로레타 A. 프레스카 판사가 엡스타인 법원 문서에 언급된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하라는 명령에 의해 이뤄졌다. 프레스카 판사는 다만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에 대한 신원 등은 계속 기밀로 유지하라고 했다.

일부 인사들은 이번 명단 공개에 대해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음에도 실명이 공개돼 불이익을 받는 건 부당하다며 항의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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