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격에 수에즈운하 선박 운송 20%↓…인플레 자극하나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1.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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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수에즈의 선박들 20여 차례 공격 받아
아시아~북유럽 운송비, 3주 만에 173% 증가…물류 공급망 혼란
홍해에서 피랍된 화물선 갤럭시 리더 인근의 보트에서 대기 중인 후티 반군 대원 ⓒEPA=연합뉴스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민간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홍해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수에즈운하를 통한 선박 운송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선사들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선박들을 다른 경로로 돌리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운영하는 운송 모니터링 플랫폼 포트워치 통계에 따른 결과다.

세계 2위 해운업체 머스크가 처음 우회를 발표한 지난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감소폭은 10%였다. 그러나 지난주 홍해를 통한 운송을 재개한 머스크는 지난 2일 다시 중단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이날 홍해에 갇혀있던 컨테이너선 5척 가운데 4척이 경로를 바꿨고 나머지 한 척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19일 이후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선박들에 대해 20차례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한다는 명분 아래 이스라엘과 관련한 선박이나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상당수 선박은 이스라엘과 연관이 없고 목적지도 이스라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우회 선박이 많아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나온다. 운송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거리도 멀어지면서 운송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약 3분의 1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고 있는데, 선박들이 남아공 쪽으로 돌아가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왕복 연료비는 1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운송혼란가산금(TDS)과 성수기 추가금(PSS)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당 700달러(약 92만원)를 추가로 받겠다는 것이다. 40피트 컨테이너의 경우 아시아~북유럽 운송비는 지난달 중순보다 173% 뛰어 4000달러를 넘었다.

미 해군 구축함에 장착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AP=연합뉴스
미 해군 구축함에 장착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AP=연합뉴스

물류 공급망 혼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통념보다 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시원, 헤수스 페르난데스-비야베르데 등 경제학자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빗나간 데는 물류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를 잘못 평가한 측면이 일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처음 대두됐을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해 다수 경제학자는 이를 일시적 문제로 치부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와 공급망 혼란으로 물가가 급등했지만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비야베르데 등 연구진은 화물선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무역항의 혼잡도를 측정한 결과, 공급망 혼란이 일시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대다수 학자의 예상보다는 길었기 때문에 인플레 예측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공급망 혼란으로 물가가 수요 변화에 이례적으로 민감해진 만큼 수요를 잡는 것이 물가 진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공급망 충격이 있을 경우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등은 지난달 다국적 해군 기동대 '번영 수호자 작전'을 개시해 후티 반군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미 군함은 후티 반군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격추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엔 후티 반군 고속단정을 침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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