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건강 문제로 급부상하는 ‘비결핵 항산균’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9 12:05
  • 호수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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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에서 24개월 항생제 치료 필요한 폐질환 등 일으켜

 최근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이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중요한 건강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항산균이란 산에 잘 견디는 균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항산균이 바로 결핵균이다. 결핵균이 아닌 다른 항산균을 비결핵 항산균이라고 부른다. 비결핵 항산균은 말 그대로 ‘결핵균이 아닌 항산균(抗酸菌)’이라는 뜻이다. 비결핵 항산균은 결핵균과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의 발병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 유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6.7건에서 39.6건으로, 발병률은 6건에서 19건으로 증가했다. 사실 독한 균은 아니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도 없어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시사저널 자료 사진
ⓒ시사저널 자료 사진

비결핵 항산균은 수돗물, 자연수, 실내 먼지, 토양 등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와 같은 주변 환경에 존재하던 균이 공기를 통해 호흡기에 감염된다. 샤워기, 분무기, 실내수영장 등은 잘 알려진 감염원이다.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되면 폐질환, 림프절염, 피부·연조직·골 감염은 물론 전신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은 폐질환으로 약 90% 이상을 차지한다.

비결핵 항산균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다. 암 환자, 자가면역질환자, 장기이식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다. 또 기관지 확장증,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과거 결핵을 앓았던 흉터가 남은 사람도 취약하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 흡연자이거나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도 감염 위험도가 높다. 

비결핵 항산균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가래다. 피가 섞인 가래, 흉통, 체중 감소, 피로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다가 의심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 가면 가래에 균이 있는지를 검사한다. 혹시나 가래에서 균을 발견해도 확진하지는 않는다.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균이기 때문이다. 증상, 영상 검사, 미생물학적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약물치료는 신중히 결정…면밀한 관찰 필요

비결핵 항산균 감염이 확진되더라도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병이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균의 감염자 중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1년 이상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령자의 경우는 득과 실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또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고려할 점이 적지 않다. 폐 병변의 정도, 기저질환, 증상의 심각성, 환자의 치료 의지, 장·단기 치료 예측, 폐 손상이나 변형(기관지가 늘어난 기관지 확장증 등), 폐 기능 저하, 영상 소견 등이다. 즉 일정 간격을 두고 증상을 확인하고, 영상 검사를 하고, 균 검사를 반복해 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를 고려해 치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보통 치료를 시작하면 3~4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치료 후 가래에서 균이 발견되지 않아도 1년 더 치료한다. 따라서 보통 치료 기간은 18개월에서 24개월에 달한다. 항생제 치료를 오래 지속하므로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치료 도중에 면밀하게 추적 관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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