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음모론 내세우는데 익숙…자제해달라”
일명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직접 유 전 본부장 추궁에 나서자 유 전 본부장이 “소설 쓰지 말라”고 맞선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대장·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관련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 과정에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질문에 나섰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철거업자 A씨에게 술값 4000만원을 빌렸다가 A씨가 추가로 요구한 돈까지 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3억원을 받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각자 1억원씩 가지려 했다’고 주장한 것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A씨에게 4000만원을 빌린지 1년도 안돼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줬다고 짚으며 “A씨에게 철근을 주는 대가로 4000만원을 뇌물로 받고, A씨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준 뒤 이 돈을 갚고자 남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 및 김 전 부원장과 돈을 나누려 한 게 아닌, 개인적 뇌물 수수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남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추궁이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음모론을 내세우는데 익숙한 것 같은데 자제해달라”면서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이 사람들이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줬고, 안 갚으니 증인의 사무실을 찾아가 ‘문제삼겠다’고 하니 급하게 돈을 갚았다는 것”이라고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소설 쓰지 마시라”면서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은 이재명씨가 잘 아는 건달 아닌가. 그 건달이 ‘이재명 친구라 의뢰 받았다’고 하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대표는 “나는 그 사람 모른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양측 간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띠자 “이 정도로 하자”면서 상황을 중재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2010~2018년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절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업자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해 7886억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작년 3월 기소됐다.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 그룹 등에게 토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주고 시민구단이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133억원의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일명 ‘제3자 뇌물 혐의’도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