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논쟁” 日, ‘조선인 추도비’ 철거 강행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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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1일까지 철거 완료 방침…“나쁜 전례” 우려 목소리
일본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교도=연합뉴스
일본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교도=연합뉴스

일본 군마현 당국이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한 채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를 강행한다.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의 모임’ 등 시민단체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마현은 29일 철거 작업을 시작해 내달 11일 전에 끝마칠 계획이다.

군마현은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 완료 이후 약 3000만 엔(약 2억7000만원)의 비용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시민단체에 통보했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의 역사 이해 및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세웠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새겨져있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적혀있다.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진행한 추도제 도중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군마현은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해 12월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결국 직접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철거 개시 하루 전인 전날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명은 현장에 모여 철거를 반대하며 헌화했다. 현장에는 극우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10여 명이 철거를 요구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비석의 목적이 한·일과 북·일 우호”라며 “(시민단체 측이) 위반 행위를 반복해 존재 자체가 정치적인 논쟁 대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지이 마사키 군마대 교수는 “비가 철거되면 결과적으로 역사 수정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조선인 추도 시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다른 현에서도 있어서 철거가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지이 교수는 “지사는 운영자의 규칙 위반과 ‘설치 불허가는 적법’이라는 사법부 판단을 들고 있지만 고등법원은 철거까지는 요구하고 있지 않다. 대응은 현의 재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지이 교수는 “비 앞에서 추도식이 10년 이상 열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민의를 근거로 재고하는 등의 대응을 검토해야 하는데 철거 일변도로 나가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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