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 죽인 ‘어금니 아빠’ 추악한 두 얼굴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4 12: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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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욕구 충족하려고 유인 후 변태 행위하다 살해 
희귀병 딸 내세워 거액의 후원금 끌어모아 사치생활도

그는 양의 탈을 쓰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악마였다. 2017년 9월30일 중학교 2학년인 김아무개양(14)이 친구를 만나러 나간 후 실종된다. 딸이 귀가하지 않자 김양의 어머니는 이날 밤 11시2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단순 가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김양의 어머니는 실종신고 1시간 후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사는 이아무개양(14)과 통화하다 딸을 만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김양의 어머니와 통화한 하루 후인 10월2일 오전 친구 이양의 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집 근처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더니 김양이 실종 당일에 이양과 집 안으로 들어간 후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하루 후인 10월1일 오후에는 성인 남성과 이양이 검은색 여행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와 차량 트렁크에 싣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은 사다리차를 동원해 집 안으로 진입했지만 김양을 찾지 못했다. 집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보니 한 달 전에 숨진 아내의 죽음과 관련해 내사를 받고 있던 이영학(35)이었다.

실종 4일째인 10월4일 경찰은 실종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전환하고, 다음 날 오전 도봉구 도봉동의 한 빌라에서 이영학과 딸 이양을 검거한다. 당시 부녀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져 있었다. 이영학은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하며 범행을 부인하다 “내가 죽였다”고 자백했다. 김양의 시신은 강원도 영월군 소재 야산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치밀한 준비와 증거인멸

피해자인 김양과 이영학의 딸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이씨는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딸을 이용했다. 그는 딸에게 “엄마 대신 나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혹시 네 친구들 중에 집안이 안 좋거나 부모들 간 사이가 안 좋은 친구가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이양이 친구들의 사진이 있는 휴대전화를 건네주자 김양을 지목하며 “죽은 네 엄마와 닮았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이씨는 딸과 함께 김양을 유인하는 방법과 집으로 데려온 후의 범행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이들은 비타민 영양제가 들어있는 병 2개를 준비하고, 한 병에는 수면제를 넣고는 ‘복(福)’ 스티커를 붙여 표시했다. 이씨의 딸은 김양에게 “우리 집에 가서 영화 보며 놀자”고 유인한 후 계획대로 수면제가 든 병을 건넸다.

김양이 잠들자 이영학은 성인 용품인 결박용 끈으로 발목을 묶은 다음 안방으로 옮겼다. 그는 딸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면서 김양이 가출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를 버리게 했다.

딸이 집을 나가자 이씨는 김양의 옷을 벗긴 후 음란기구를 이용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변태 행위에 몰입한다. 그의 이런 행위는 약 24시간 동안 이어졌다. 다만 성기능 장애로 인해 성기를 직접 삽입하지는 않았다.

얼마 후 김양이 깨어나면서 “누구야” 하고 소리치다 이씨의 눈과 마주친다. 그는 순간적으로 물에 젖은 수건을 집어들어 질식시킨 후 목을 졸라 살해한다. 그런 다음 외출한 딸을 불러들인 후 시신 처리 방법을 모색했다.

둘은 김양의 시신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면서 수건으로 닦았고, 테이프로 다리와 손을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여행용 가방에 집어넣었다.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가방이 들어가지 않자 이씨는 지인의 SUV 차량을 빌렸다. 그는 어머니가 거주하는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으로 차를 몰아 가방에서 시신을 꺼내 테이프를 떼어낸 후 알몸 상태로 낭떠러지 아래에 던져 유기했다.

중학생 딸 친구 살 해·시 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이영학이 2017년 10월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담은 가방을 옮겨 차에 싣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범죄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혐의로 구속된 이영학의 딸이 같은 해 11월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후원금 12억 중 1%만 딸 치료비 사용

이씨는 증거인멸을 위해 김양의 옷과 범행에 사용했던 물품들을 비닐하우스에 버리거나 재활용 폐기물로 처리해 버렸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도피행각에 나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양은 김양을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괜찮아 살아는 있겠지…ㅋ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다. 이영학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희귀 난치병인 ‘유전성 거대백악종’이 발병한다. 잇몸과 치아 뿌리의 백악질에 거대한 종양이 자라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10여 명이 앓고 있는 희소병이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씨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중학교 3학년 때 자퇴한다. 일식집에서 일하던 2002년 7월에는 가출 상태인 최아무개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딸을 낳았는데 생후 6개월 무렵 아빠와 같은 병이 발병했다. 거대백악종은 1회당 수술비가 1000만원 이상 들어갔으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이씨는 딸의 치료비 모금에 나선다. 딸의 이름을 딴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투병일지를 올렸다. 사람들의 동정을 얻으면서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씨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잇몸을 모두 긁어냈고, 어금니 하나만 남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이씨를 ‘어금니 아빠’라고 불렀다.

2006년 12월에는 방송을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부쩍 늘어났다. 다음 해 10월에는 이씨 부녀의 사연을 담은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 출간됐다. 이씨는 ‘딸 바보’ ‘천사 아빠’로 알려지며 유명 인사가 된다. 이후에도 이씨 가족의 사연이 다른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등 계속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이씨는 딸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자전거 전국 일주, 길거리 모금 등에도 나섰다. 심지어 후원금 모집 사무실까지 개설했다. 신문에 ‘아이를 살려 달라’는 내용의 후원 요청 광고도 냈다. 미국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등에서도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씨는 후원금이 줄어들 때면 “힘들게 버티고 있고, 수술비가 없다. 살려 달라”는 글을 올려 후원을 유도했다. 이씨는 감성팔이를 통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동안 개인계좌로 12억8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아챙겼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또 EBS의 모금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1200여만원을 모았다.

방송에 출연한 이영학 가족 ⓒ유튜브 캡처

사이코패스 고위험군으로 판명

정작 딸의 치료비에 사용된 금액은 전체 후원금 중 1%도 되지 않았다. 수술비는 후원단체 등에서 대부분 지원했고, 이영학이 실제 부담한 금액은 706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자신의 쌍꺼풀 수술, 성기 변형 수술, 전신 문신 시술, 고급 외제차 구입비 등에 사용됐다. 그는 3억3000여만원을 들여 외제차 20대를 튜닝해 되팔거나 직접 타고 다녔다. 후원금으로 한 달에 1000만원 정도를 펑펑 쓰며 사치생활을 했다. 사실상 딸을 내세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대검찰청의 심리분석 결과 이영학은 IQ 86의 지능에 만성적인 피해의식이 높고 강인한 남성성에 대한 집착, 자극 추구적인 행동을 통한 자기과시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우자를 성적 욕구와 의존 욕구를 충족하는 하나의 자기충족적 대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사이코패스 검사에서는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보통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한다.

검찰은 이씨를 강간살인, 사체유기, 사기, 상해,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딸은 미성년자 유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영학은 구속 중에도 형량을 줄이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옥중에서 가족과 법조인 등에게 20여 통의 편지를 보내고, 청와대에도 탄원서를 냈다. 재판부에는 42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척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충분하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의 딸에게는 장기 6년, 단기 4년을 선고했다. 이영학은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성범죄나 폭력 전과가 없고 살인범죄의 재범 우려가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형량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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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아내, 의문의 투신 자살

이영학은 2002년 7월 가출 청소년인 최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당시 이씨는 19세, 최씨는 두 살 아래인 17세였다. 이씨는 성기능 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불가능했다. 대신 음란기구 등을 이용한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했다.

2017년에는 서울 강남에 1인 불법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며 최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또 최씨가 다른 남성과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해 그 영상을 판매했다.

최씨의 온몸에는 문신을 새기게 했다. 문신뿐 아니라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문구까지 새겨 넣었다. 최씨는 2017년 9월 강원 영월경찰서에 이영학의 계부(60)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다. 2009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8년간 시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하자 이영학은 계부와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해 정액이 묻은 속옷 등을 증거물로 제출한다. 성폭행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증거를 위해 가해자와 다시 성관계를 맺으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다음 날 오전 최씨는 서울 자택 5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최씨의 머리에서는 투신과 무관한 상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씨가 자살을 방조했거나 부추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씨는 최씨 투신 직후 사람들이 몰려들자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해 죽었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했다.

그는 아내의 사망 소식도 SNS를 통해 적극 알렸다. 아내의 시신을 직접 염하고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영상을 한 방송사에 보내 방송하는 조건으로 3500만원의 장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내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아내 사망 3일 후에는 인터넷에 ‘동거인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최씨의 몸과 속옷에서 계부의 DNA가 검출되자 경찰은 그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계부는 “성관계는 했으나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여러 정황을 보면 이영학이 계부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최씨를 이용해 덫을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이번에는 계부가 목숨을 끊으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숨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숱한 의문을 남긴 채 사건은 종결됐고, 최씨와 계부 죽음의 진실도 함께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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