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 통해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4 15: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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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교수가 쉽게 풀어낸 철학 입문서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내면을 찾는 기술은 결국 인문이다. 철학을 통해 인문의 길을 찾아온 김헌 교수의 신간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는 인문의 시작인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 그 길로 인도한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통해 말한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즉 날마다 덕에 관해서 말하는 것, 내가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주제가 되는 것들. 나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김헌 지음│북루덴스 펴냄│336쪽│1만9000원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김헌 지음│북루덴스 펴냄│336쪽│1만9000원

저자는 피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 등을 거쳐 에피쿠로스까지 그리스 철학자들을 통해 인간의 길을 고민한다. 개인은 주식 시세나 아파트 가격을, 국가는 반도체 가격만을 말하는 시대에 인문을 꺼내는 것은 한가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출산율처럼 미래 지수가 추락하는 지금, 다시 인간을 묻지 않으면 안 되고, 이 책은 그 기초를 만들어준다. 저자는 ‘인문학’은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며, 그 역할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철학이다.

“저는 앞으로 서양철학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하이데거의 예처럼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철학이 한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서 행했던 구체적인 활동이기에, 그 내용이 아무리 추상적이라고 해도 철학자는 특정한 시대, 특정 상황 속에서 철학을 했기 때문입니다.”

4부로 구성된 책은 당시 철학자들이 추구하던 가치들을 설명한다. 인상적인 것은 강렬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에트나산 꼭대기로 올라가 스스로 분화구 속으로 뛰어든 엠페도클레스도 있고, 일반의 이미지와 달리 전장에서 용맹한 투사였던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신념에 따라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그 두려움의 정점에 있는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이가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죽음이 영혼의 해방이었던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공중에 흩어져 없어지지 않고, 희멀건해서 생기라곤 하나 없는 허깨비처럼 하데스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혼은 단단하고 순수하며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자신을 닮은 순수한 존재들만 있는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신념이 죽음 앞에서도 그를 당당하게 했다. 아울러 그의 죽음 이후에 예수 등 많은 죽음은 그런 가치를 따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책의 후반에 소개한 제논의 죽음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금욕주의적 생활 태도로 큰 병 없이 아흔여덟 살까지 산 제논은 강연을 마치고 스토아에서 나오던 중 무언가에 걸려 넘어져 발가락이 부러졌다. 그러자 그는 “간다. 운명이여. 왜 나를 소리쳐 부르는가”라고 외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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