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승부…사실상 ‘이재명 vs 한동훈’ 대리전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5 07:3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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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을, 정청래에 김경율 도전...'49석' 서울 승패 바로미터
동작을엔 여걸 4명 몰려…나경원 대항마에 이수진·추미애·전현희 거론

여야의 명운을 가를 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정치권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 참모와 정부 차출 인사들의 출마 지역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한 대통령실 참모,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들은 50여 명으로 추산된다. 비윤(非윤석열) 현역 의원들은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에, 일부 검사 출신 대통령실 참모는 ‘양지’인 영남 텃밭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에 당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친명(親이재명)계와 친문(親문재인)계 간 공천 경쟁으로 내분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명 인사들이 친문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민주당의 옛 실세와 현 주류 간 전선이 팽팽해지는 분위기다. 2월 초중순으로 예정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는 비명 현역 의원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당내 반발도 나온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임종석 vs 윤희숙’ 빅매치 성사되나

서울 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의 9개 지역구가 몰린 ‘한강 벨트’와 국회의사당이 있는 영등포을이 수도권 핵심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은 이 10곳 가운데 용산을 제외한 9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대 대선에서는 마포을과 광진갑을 제외한 8곳에서 윤석열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고, 다시 석 달 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10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국민의힘 후보로선 이 같은 표심 변화를 기대볼 만한 도전이다. 

대통령실이 옮겨오면서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떠오른 용산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4선 고지를 넘은 곳이지만, 21대 총선에선 강태웅 민주당 후보에게 890표 차로 신승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여당이 강세를 자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권 의원이 용산 사수를 노리는 가운데 황춘자 예비후보도 도전자로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강태웅 용산 지역위원장과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이 경쟁하고 있다. 용산의 상징성이 큰 만큼 탈환을 위해 중량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마포구 탈환 의욕도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명 핵심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 대항마로 김경율 비대위원을 지목했다. 정 의원은 17·19·21대 총선 때 마포을에서 당선된 3선 중진이다. 김 위원의 출마 발표로 ‘사천(私薦)’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성동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3회 연속 패배한 지역 등 최대 50곳의 지역구를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히면서 마포을 또한 전략공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포갑은 현역 의원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입지가 흔들리는 탓에 여당 전·현직 의원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노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여권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현역에서는 이용호·최승재·조정훈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을 포함해 무려 5명이 경선을 치를 전망이다. 

성동구에서는 ‘임종석 vs 윤희숙’ 빅매치가 성사될지 관심을 모은다. 성동구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가 미달한 중구와 통합되면서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나뉘었다. 중·성동갑 현역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시장을 내다보고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도전장을 냈다. 임 전 실장은 친문 핵심 인사이자 86운동권의 상징이다. 임 전 실장은 16·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이 지역에서 내리 당선됐고, 3선에 도전한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했다. 19대에 민주당이 승기를 되찾았고, 20·21대에 홍 원내대표가 내리 당선됐다. 임 전 실장이 친명계 견제를 뚫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친명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한 책임을 물으며 임 전 실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을 내세워 ‘86운동권 vs 경제 전문가’ 프레임으로 승부를 가리겠다는 전략이다. 윤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영입돼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이 외에도 여권에서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민주당에서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도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 86’ 겨냥한 전략후보 내세우는 한동훈

중·성동을은 친명계 박성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힘에서 처음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예고했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 3선)이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의 지역구 조정 요청에 따라 이곳으로 출마지를 변경했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한 후 윤석열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이영 전 장관,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 등도 이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광진을은 보수정당이 36년간 차지하지 못한 지역구다. 21대 총선에 오세훈 시장이 출마했으나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2.6%p 차이로 패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내리 패하면서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 국민의힘에서는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고민정 의원과 김상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진갑에는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또 다른 한강벨트인 동작을은 국민의힘에서 4선 나경원 전 의원이 다시 출마해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설욕전을 치를 전망이다. 나 전 의원은 19·20대 총선에서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했으나, 21대에 이 의원에게 패배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이 포함된 선호도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민주당에선 이들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성사 여부에 따라선 또 다른 빅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영동포을은 여의도동의 보수정당 강세 성향으로 총선 때 접전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 재선 출신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3선 현역인 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맞붙을 전망이다. 김 의원은 86운동권의 시조 격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 출신이다. 민주당에서는 양민규 전 서울시의원, 국민의힘에서는 박용찬 전 앵커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중·성동갑과 영등포을 외에도 민주당 86 정치인들을 겨냥한 여권 인사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 윤건영 의원 지역구인 구로을에 도전장을 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 4선 중진인 이인영 의원의 지역구인 구로갑에서도 YTN 앵커 출신 국민의힘 영입인재인 호준석 대변인이 도전장을 냈다.

인천·경기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저격수’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앞서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가 계양을 예비후보로 공천 면접에 참여하면서 ‘명룡 대전’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성남 분당을도 주요 격전지 중 하나다. 그동안 이 지역은 보수 텃밭으로 국민의힘 계열 후보를 지지해 오다 20대와 21대 연이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당선시킨 곳이다. 3선에 도전할 김 의원을 상대로 여권에서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등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공천 경쟁이 달아오르는 지역구들도 눈에 띈다. 민주당에서는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 중원에 이수진 의원(비례)이 ‘이재명 사수’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져 이목을 끈다. 또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도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광명을에 도전장을 냈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박정훈·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

‘비윤’ 빠진 양지로 향하는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

총선에 출마하는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은 ‘양지’인 영남 텃밭으로 대거 몰리는 양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 참모 또는 부처 장차관 출신 인사 20명이 영남에 후보 등록을 했다(2월1일 기준). 특히 경북 지역 현역 대부분은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으로, 대통령실 참모들과 공천을 두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영주·영양·봉화·울진),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구미을),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구미을), 이부형 전 행정관(포항북), 이병훈 전 행정관(포항남·울릉), 김찬영 전 행정관(구미갑), 조지연 전 행정관(경산) 등이 경북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부산에서는 대통령실과 정부 관료 출신 7명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왕비서관’이라 불린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하태경 의원의 험지 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부산 중·영도에는 박성근 전 총리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다. 부산 서·동에는 김인규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부산진을에는 김유진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사하을에는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연제에는 이창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등이 예비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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