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남양에 기대감…사명 바꿔 ‘남양 홍씨’ 리스크 지울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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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 가린 오너리스크 해소…한앤코 “경영 정상화 최우선”
제품 경쟁력은 ‘인정’…이미지 쇄신‧실적 개선 기대 나와

남양유업(남양)의 최대 주주가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바뀌면서, 남양의 ‘60년 오너 경영’이 종지부를 찍었다. 한앤코는 남양의 이미지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법적 공방을 벌인 시간 동안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해 온 경쟁사에 대응할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그러나 제품 경쟁력을 보유한 남양이 오너리스크를 지워낸 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남양’이라는 사명을 변경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바뀌면서, 남양의 ‘60년 오너 경영’이 종지부를 찍었다. ⓒ연합뉴스

최대주주 한앤코로 변경…‘60년 오너 경영’ 막 내려

남양은 지난달 30일 회사의 최대 주주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외 3인에서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최대 주주 변경 이유로는 주식 매매 계약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로 주식 소유권 이전 및 대금 지급이 완료된 점을 들었다.

앞서 지난 1월4일 대법원은 한앤코가 남양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한앤코는 “남양 임직원들과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으로 시작된 ‘갑질 논란’은 남양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아왔다. 당시 남양이 지역 대리점에 물량을 대량으로 밀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 운동까지 일어났다. 악재는 이어졌다.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도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지난 2021년에는 불가리스에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후 사태가 커지자 홍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식 매매 계약을 둘러싼 공방이 시작된 바 있다. 오너 일가의 안일한 대처가 기업의 가치 훼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뉴스
남양은 불가리스, 맛있는우유GT 등 장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수 브랜드 다수 보유…글로벌서도 경쟁력 입증

그러나 이제 한앤코가 ‘새로운 남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에서, 기업의 이미지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오너리스크가 해소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한 때 30만원대까지 내려갔던 남양 주가는 1월 들어 50만원대까지 올랐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양은 지배구조 개선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다”며 “남양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집행 임원 제도 도입, 직원들의 고용 승계, 훼손된 기업 이미지 제고, 실적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남양은 맛있는우유GT, 불가리스 등 장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업계에서도 제품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갑질 논란과 오너리스 등으로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지만, 장수 브랜드와 신제품의 제품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의 제품을 개발하는 중앙연구소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굴하는 우수연구소로도 지정된 바 있다. 제품 기술 및 식품 안전 분석 역량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유의 용해도를 높이는 기술이나 유산균 보유 발효 기술 등 많은 특허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남양유업은 발효유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데, 1991년 출시한 불가리스는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32억 병을 돌파하는 등 남양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불가리스와 위쎈 등은 국제적인 소비재 품질 평가 기관인 몽드셀렉션에서도 수상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백미당 ⓒ 시사저널 고성준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백미당 ⓒ 시사저널 고성준

사명 변경, 경영 정상화 수단 중 하나로 거론

한앤코가 남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일단 2020년부터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연 매출을 회복해야 하고, 우유 시장 위축에 따라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해온 경쟁사에 대항할 수 있도록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경영 정상화 수단으로는 사명 변경이나 백미당 매각, 신사업 투자 등이 거론된다.

특히 오너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사명 변경이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남양유업의 사명은 창업주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도 기업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사명 변경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바 있다.

사명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과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최종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한앤코 측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갑질 논란과 오너리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사명을 한앤코가 가져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변경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과 출산율 감소 등의 시장 환경을 마주한 남양은 단백질 영양 보충식, 비건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양 관계자는 “기존 분유 시장에서 쌓은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분말 형태 제품으로 단백질 시장에 연착륙했고,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신규 카테고리 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향후 관절과 인지력 개선 등으로 연구와 개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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