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당근’과 ‘채찍’ 동시에 던진 尹대통령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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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의대 정원 늘리고 의료인 사법 리스크는 줄일 것”
의협, 의료인 처벌 완화 기조 환영했지만 증원엔 난색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재확인 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의료인의 형사 처벌 완화를 골자로 한 정책 추진을 예고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 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환자, 보호자, 의사, 간호사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도 의료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면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는 반드시 (의대 증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비장하게 각오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복지부는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의 빗장이 약 20년 만에 풀린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증원할 계획인지는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1월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의 86%가 의대 정원 확대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1월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의 86%가 의대 정원 확대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의협 “법적 부담 완화는 환영, 의대 증원은 해법 아냐”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진에게 의료사고 부담을 덜어주겠다고도 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의 형사 기소를 면제하는 특례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 사고가 나면 “의사는 경찰 조사로 어려움을 겪고,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 모순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를 전면 개편해서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과거 검사 시절 의료사건을 수사하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 사건(의료사고)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다른 일을 못 하고 미제를 수백건 남기면서 공부했다”며 “그만큼 열의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 처리”라고 회상했다.

또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부르고 조사하고 압박을 하면 다 병원을 떠나게 돼있다”면서 “의료사고와 관련된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생토론회가 끝난 직후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의협은 “필수 의료 소생이 절실하지만 의대 증원만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의료인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가 의학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건보재정에 큰 부담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줄곧 반대해 왔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 및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해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 사안에 대해서도 향후 특례법 로드맵을 마련할 때 의협과 논의를 거쳐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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