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다다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소송왕’ 미국, 설득 묘수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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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넘고 EU는 사실상 승인…마지막 관문은 미국
여객노선 독점 제기한 상태…슬롯 반납 통해 돌파구?
최근 美 LCC 합병 저지 판결 나와…소송 이어지면 장기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전날 일본 경쟁당국(JFTC)은 두 기업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양사 합병까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미국 법무부(DOJ)의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오는 14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EC의 경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미국의 판단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전망이다. 그간 DOJ가 여객노선 독점에 대해 소송을 대응했고, 지난해에도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소송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EU 심사 과정 지켜본 미국, 요구 수위 높아질까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JFT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한·일 노선에 대한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승인을 통보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일본 당국의 승인을 이끌어 낼 예정이었던 대한항공은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은 유럽연합(EU)와 미국 승인이라는 마지막 단계만 남게 됐다.

오는 14일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우 전망이 밝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등이 담긴 시정조치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2일 EC가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최종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 법무부(DOJ)의 판단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DOJ의 승인은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DOJ가 제기한 독점 우려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 반납 등 출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두 항공사가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노선 화물·여객 사업에 대한 독점 우려를 제기한 상태다. 화물운송 독점은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기 위해 결정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어느정도 해소한 상태다.

하지만 여객노선 독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DOJ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등 5개 노선에서 독점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전날 합병을 승인한 일본의 JFTC는 상대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은데도 대한항공에 7개의 노선을 양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대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와 기타 진입 항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이에 비춰볼 때 미국 측의 요구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 측은 한·미 노선 이용객이 대부분 한국인이어서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없다는 점, 다른 경쟁 항공사가 운항하지 않는 것은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을 확대 중이어서 독점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객독점엔 소송으로 대응…합병 저지하는 판결 나오기도

소송 우려도 존재한다. DOJ는 여객노선 독점에 대해 소송으로 대응해 온 전력이 있어서다. DOJ는 지난 2013년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합병이 진행될 때 연방독점금지법 위배를 들어 기업결합을 막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아메리칸항공은 워싱턴 레이건공항에서 104개 슬롯을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34개 슬롯을 처분하고, LA·시카고·댈러스·보스턴·마이애미 5개 공항에서 일부 지상시설도 매각하는 조건을 건 후에야 기업결합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 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결합을 저지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양사 합병이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에 손해를 끼치므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DOJ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5월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DOJ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DOJ가 소송에 나설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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