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문경 화재 순직 두 ‘영웅’ 영결식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2.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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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화재 순직 김수광·박수훈 두 소방관 영결식 엄수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 중 순직한 경북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대 소속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두 ‘영웅’을 실은 운구 차량이 경북도청 동락관에 도착했다. 도열한 소방관들은 이를 거수경례로 맞았다.

유가족과 생전 두 소방관이 근무했던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대 동료들은 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들의 마지막 길에는 유족과 친지, 경북도지사, 소방청장, 도의원 등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영결식은 개식사,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 보고,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윤석열 대통령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고인께 올리는 글,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 폐식사 차례로 진행됐다.

두 청년과 한 팀이었던 윤인규 소방사는 조사을 통해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 소리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반장님들, 늠름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고인을 기렸다.

윤 소방사는 “뜨거운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에서 결국 구조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희 모두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장님들이 그러했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가 최선을 다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낼 것”이라며 “남겨진 가족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떠나간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소방장의 20년 지기인 전남 광양소방서 소속 김동현 소방관은 ‘고인께 올리는 글’에서 “함께 소방관이란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너와 붙어 지낸 시간이 더욱 생각난다”며 “술잔을 기울이며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너의 말이 오늘 더욱더 기억나고 내 마음을 울리게 한다”고 울먹이며 전했다.

박 소방교의 친구 송현수씨는 “이 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에게는 잊혀 과거로 남겠지만, 나는 끝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며 잊지 않고 살겠다”며 “자랑스러운 박수훈을 웃으며 보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두 소방관을 화마 속에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공동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긴박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든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장례위원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결사를 전하며 “오늘 우리 경북도는 두 청춘을 떠나보낸다”며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의 근무 환경을 더욱 살피고, 부족하고 어려운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결식에 앞서 근무한 문경소방서에서 가족과 동료들의 배웅을 받은 두 젊은 소방관은 화장을 거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두 구조대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혹시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을까봐 화염을 가르고 뛰어든 그들은 갑자기 번진 화마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김 소방장은 5년여 재직하는 동안 500여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특전사 부사관 출신인 박 소방교는 2년간 400여차례 화재·구급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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