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만든 조국, 힘 합치자는데…민주당의 조국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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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돌 들겠다” 조국, 부산서 ‘신당 창당’ 전격 발표
민주는 일치감치 선긋기…“승리 도움은커녕 논란만 양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 실형’ 선고에도 창당을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통합비례정당과의 연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이른바 ‘조국의 강’이 재현될 시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을 두고 당내 이견이 표출되면서, 계파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측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측 제공

文 지지 받은 조국 “尹 심판 위해 앞장서 싸우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3일 고향인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 민생을 외면하는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미약한 힘이지만 국민들을 위해 큰 돌을 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정치 참여를 선언한 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승리하길 기대한다”며 화답했다.

조 전 장관의 창당 플랜은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범야권 통합비례정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SNS 입장문과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세미나, 출판기념회를 통해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는 “저는 지금 2024년 4월 총선까지 치열한 시간이 될 것인데, 그 시간은 무도·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시간이고, 그 심판을 위해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싸워야할 시간”이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연합뉴스

조국의 강 재현 가능성에…민주 “선거연합 대상 고려 NO”

다만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연대 러브콜’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은 과거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으로 당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다. 정치공세로 치부됐던 의혹 중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기소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지난 8일 징역 2년의 실형과 60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의 강’이 재현될 경우 중도층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조국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한 바 있다.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스스로 검찰독재정권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유죄 선고’라는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조 전 장관이 광폭 행보로 영향력을 입증해도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지금의 본인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도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지금 잘해서가 아니라 정권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는 오히려 윤석열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반작용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기류에 민주당 지도부도 조국 신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범야권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 “지금까지 논의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지난 7일 같은 방송에서 “어떤 게 민주당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그분들(조국·송영길)이 고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거리를 뒀다.

특히 범야권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강력하게 조국 신당과 연대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날 조 전 장관의 창당 선언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중도층을 포함하여 보다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과도한 수사로 억울함이 있겠고 우리 민주당이 부족함이 있더라도, 부디 민주당과 진보개혁세력의 단결과 승리를 위해 자중해줄 것을 간절하면서도 강력하게 요청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선거연합추진단장으로서 설령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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