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방광이 ‘정상 노화 과정’이라고?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2:00
  • 호수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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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로 인한 배뇨 문제라는 ‘사회적 낙인’ 개선해야…관리할 수 있고 치료 가능한 경우 많아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러한 상태는 노인에게서 더 흔하게 확인되지만, 노화의 필연적인 부분은 없다. 과민성 방광은 자주 그리고 갑작스럽게 소변을 보고 싶어지는 증상이 특징이다. 종종 요실금을 동반한다. 과민성 방광 환자는 보통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밤에 여러 번 깨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야간뇨 증상도 호소한다. 

여성은 출산이나 수술 등으로 인해 골반 장기 탈출증이 발생해 방광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방광 과민성이나 비효율적인 방광 수축이 유발된다. 과민성 방광과 요실금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 과거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87%가 화장실 접근성의 어려움 탓에 화장실 밖에서 소변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많은 여성이 남자화장실을 이용하거나 호텔이나 식당의 손님인 척하며 급히 화장실을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상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낙인을 유발할 수 있어 단순 건강상 문제만이 아님을 시사한다.  

과민성 방광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의사와 상담하기 전에 수분 섭취량, 배뇨 빈도, 요실금 에피소드를 자세히 기록하는 ‘방광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모든 기저질환이나 수술력, 출산력 같은 의학적 상태와 복용 중인 약물을 의료진에게 말할 필요도 있다. 과민성 방광의 진단에는 배뇨량과 배뇨 속도 측정, 방광이 찰 때의 방광 압력 측정, 배뇨 후 초음파검사를 통한 잔여 소변 측정이 포함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케겔운동 같은 행동치료로 시작하는 게 좋아

과민성 방광 치료는 우선 골반 기저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운동 같은 행동치료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운동은 방광 수축을 줄일 수 있다. 운동 효과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최대 2개월이 걸릴 수 있다. 수분 섭취 조절과 카페인·알코올 같은 방광 자극제를 피하는 생활습관 개선도 도움이 된다. 과체중인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과민성 방광 및 요실금 치료를 위한 치료 방법은 굉장히 다양한데 행동치료에서 약물치료, 그리고 질환이 심하면 방광 근육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키는 보톡스 주사까지 사용한다. 요실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옥시부티닌·트로피움·솔리페나신 등과 같은 항콜린제)을 사용하지만 구강 건조와 변비, 시야장애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으면, 천수 신경 조정술 같은 시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방광을 조절하는 요도 신경 근처를 미세 전류로 자극해 방광이 소변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에 의하면 증상이 발생한 후 방광 관련 문제로 진단받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남성은 4년, 여성은 6년 반이 걸린다. 상당히 지연된 진료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진료 및 진단 지연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배뇨 문제라는 사회적 낙인 효과와 이러한 문제가 ‘정상 노화의 과정 중 하나’라는 자조적 오해가 섞여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과민성 방광과 요실금 문제는 단순한 의학적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기능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민성 방광과 요실금 문제는 관리할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핵심은 증상을 숨기거나 진료를 지연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일반적인 문제임을 당사자나 주변이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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