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왜 이렇게 비싸” 망설인다면 ‘이 방법’ 주목하세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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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심리 줄고 관망세 짙어지자 전셋값 상승 풍선효과
신축 입주, 임대사업자 물건은 시세 대비 저렴해
실거주 의무 풀리면 전세물량 1만 여 가구 이상 나올 수도

# 30대 남성 A씨는 신혼집 계약을 앞두고 ‘신축 입주장’을 노렸다. 신축 분양 단지에선 잔금 마련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저렴하게 내놓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의 후분양 신축 단지에 전세로 들어갔다. 주변 구축 아파트의 같은 평수 시세 대비 1억원 이상 저렴했다.

#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구축에 신혼집을 구한 B씨. 임대사업자 물건을 발품 팔아 구했다. 부동산 플랫폼에는 올라오지 않은 물건이라, 직접 주변지역 중개업소를 찾아다녔다. 전셋값은 3억7000만원. 같은 동 같은 라인의 저층 시세가 3억9000만원이었다. 반년이 지난 현재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 시세가 5억원대까지 높아졌지만 B씨는 부담이 없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더라도 5%만 올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전세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이 있다. 시세 대비 저렴한 물건을 구하려면 신축 입주장을 눈여겨보거나 임대사업자 물건을 찾으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대규모 신축 단지의 입주 시기에는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가 맞물려 전세 물량이 쏟아지고, 그에 따라 전셋값이 저렴해지는 편이다. ⓒ 연합뉴스
대규모 신축 단지의 입주 시기에는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가 맞물려 전세 물량이 쏟아지고, 그에 따라 전셋값이 저렴해지는 편이다. ⓒ 연합뉴스

“신축인데 빌라보다 싸네”…‘신축 입주장’이 저렴한 이유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달 서울 강동구에서 ‘힐스테이트천호역젠트리스’, 동작구에선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의 입주가 시작된다. 이들 단지 모두 실거주 의무가 없는 단지라 임대차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집주인은 전세 계약으로 잔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대규모 신축 단지에선 전세 매물이 몰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실제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전세 가격이 인근 빌라 시세와 비슷한 5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 단지는 전체 771세대 중 150여 세대가 부동산 플랫폼에 전세 물건으로 올라와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도 84㎡ 전세 호가가 두 달 만에 2억원가량 낮아졌다. 이 단지는 6702세대 대단지로, 주변 전세 물건이 쌓이면서 시세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이 통과되면 전세 물량이 많아져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이 통과되면 전세 물량이 많아져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연합뉴스

강동구에서만 1만 여 가구 넘게 집들이…‘미등기 계약’은 주의

특히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실거주 의무 유예가 결정되면 전세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인 ‘강동헤리티지자이’(강동구)가 6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송파구)이 9월, ‘올림픽파크포레온’(강동구)이 11월에 집들이를 한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의 수요가 몰려 수 천 가구의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올해 강동구에서만 수 만 가구의 집들이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거나 폐지되면 전세 계약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 전셋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실거주 의무 유예가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제안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을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관련 소위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실거주 의무 유예 관련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신축 물건의 경우 미등기인 경우가 많아 전세 계약 시 주의가 필요하다. 전세 보증금을 받은 집주인이 분양 잔금을 내지 않는다면 분양계약 자체가 취소되거나, 분양권 전매로 집주인이 바뀌면 자칫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특약에 분양대금 완납 사항을 명시하고, 분양계약자와 임대인이 동일 인물인지, 가압류나 가처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연합뉴스

“저렴한 임대사업자 물건은 발품 팔아야”

이미 살 지역을 정한 세입자라면 그 지역 임대사업자 물건이 유리하다. 주택임대사업자는 10년의 의무기간 동안 보증금을 5%씩만 올릴 수 있다. 기존 일반 전세 물건은 계약갱신청구권 적용으로 한 번만 5% 이내 증액이 가능하지만,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라면 신규 계약 건이라도 계속 5%만 올릴 수 있다. 오름 폭이 5%로 제한돼있기 때문에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임대사업자 수가 크게 감소한 데다 인기도 많은 편이라 구하기 까다롭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임대사업자 물건이 나오면 먼저 알려달라고 하는 고객들이 정말 많다”며 “2021년 부동산 호황기 때는 계약이 종료된 임대사업자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부동산 앞에 줄서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 물건은 국토교통부의 임대등록시스템인 ‘렌트홈’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계약 가능 여부는 인근 부동산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한편 최근 부동산 매매수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풍선효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05% 올라 3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도 상승 폭이 소폭(0.01%) 줄었지만 전주보다 0.0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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