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은 박용진을 버렸지만, 박용진은 민주당을 버리지 않을 것”
  • 박나영·변문우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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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에 재심 신청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어떠한 페널티에도 경선 임해서 당원·국민 판단 받겠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2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출신인 박 의원은 초선 때인 20대 국회에서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고, 21대 총선에서는 64.5% 득표율로 서울 지역 민주당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표주자로서 2021년 대선후보로 당 경선에 나섰고, 2022년에는 당대표 선거에도 나섰다. 이 같은 성과와 국민 지지에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박 의원이 지도부를 향해 꾸준히 쓴소리를 해온 비명(非이재명)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시사저널과 만난 박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박용진을 버렸지만, 박용진은 민주당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어떠한 페널티가 주어져도 경선에 임해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다짐이다. 

 

‘하위 10% 이하’ 평가 결과를 예상했었나.

“조짐이 있긴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저를 지지하는 520여 명의 권리당원 입당이 누락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당원가입서를 내고 한참 후에 이분들에게서 당비가 안 빠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확인해 보니 등록처리가 안 돼 있었다. 2000여 명이 투표하는 경선에서 지지 당원 520여 명의 누락은 엄청난 손해다. 정봉주 전 의원이 강북을 출마를 선언한 이후 주민들 사이에 ‘박용진이 하위 20%에 든다. 감산 받아서 경선하면 그쪽이 이긴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의 전화를 받고 재심 신청 의사를 밝혔는데. 

"평가결과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더니 그분도 '잘 모르겠다. 통보만 한다'면서 재심은 공관위에 신청하라고 했다. 재심이 요식 절차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신청하는 것이다."

재심 결과도 같다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이재명의 민주당'은 박용진을 버렸지만, 박용진은 민주당을 버리지 않는다. 온갖 페널티에 손발이 묶여있는 악조건임에도 경선에 임할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와 대선후보가 되고자 했던 만큼 책임과 의무를 다한 후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구하겠다. SNS에는 저를 향해 '하위 10%에 들어갔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디서 큰소리치냐'고 조롱하는 글들이 많다. 제가 창피함과 손해를 무릅쓰고 평가결과를 공개한 것은 당이 걱정되어서다.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천 기준이 무엇이라고 보나.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무슨 기준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설마 했던 일이 하나하나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역 의원 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현역 의원 하위 10%는 30% 감산하는 규정이 만들어져 반발이 심했다. 또 공관위 심사가 시작된 이후 탈당 경력 15명에 대한 감산 -25%를 없앴다. 경기 진행 중에 골대를 옮기는 게 말이 되나."

현역 의원을 제외한 여론조사와 '밀실 회의' 등으로 사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로 모른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책임감이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제가 걱정하는 건 박용진 개인의 공천 문제보다도 이렇게 가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국민의 바람을 실현해야 할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게 총선 승리를 갖다바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조롱받고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프다.“

이종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친명팔이'와 반칙·꼼수 동원…尹정부 심판하려는 책임감 없어”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압승이 오히려 독배가 된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디올백' 논란 등 현 정권의 리스크만 바라보며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의 주체가 되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가 없으면 승리도 확신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당내에서 '2선 후퇴설'까지 나오는 상황에도 동요가 없는 듯한데.

“이 대표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이젠 조언할 생각도 없다.”

주민들이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고.

“현역 의원들의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지만, 특히 지역 주민들 문자가 쏟아졌다. ‘꼭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답문을 보냈다. 박용진을 20년간 보아온 주민들이 저를 평가해야지, 이 동네에 살지도 않고 활동도 안한 ‘친명팔이’ 후보가 반칙과 꼼수를 동원해 선거를 치르려는 게 정당한가.”

민주당에서 비례연합정당을 꾸리는 것은 어떻게 보나.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2012년 총선에서 '친노(親노무현)' 공천에 따른 계파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여기에 통합진보당과의 ‘후보단일화’ 문제까지 겹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사과해야 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가 또 수차례 사과해야 했다. 근데 이번에는 과거 세 가지 정치적 실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박용진을 살리는 길에 당원과 국민들도 같이 해주면 좋겠다. 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 민주당 총선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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