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IN’ ‘임종석 OUT’ 수순…민주, 커지는 ‘투톱 갈등’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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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 하남갑’ 전략공천…임종석 재고 요청엔 “가능성 낮다”
‘투톱’ 이재명·홍익표 이견 노출…“공정 공천” “홍영표 배제 부적절”
4.10 총선에서 민주당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민주당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했다. 당 지도부가 그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 정권 출신들에게 ‘험지 출마’ 및 ‘용퇴’를 요구해온 만큼, 당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가 ‘공정 공천’을 주장하는 가운데 홍익표 원내대표가 일부 친문계 컷오프에 대한 부적절성을 제기하면서 ‘투톱’간 파열음도 커지는 양상이다.

안규백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경기 하남갑에 추 전 장관 전략공천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여전사”라고 부르며 격전지 배치를 공언했던 추 전 장관을 험지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하남갑은 도농복합지역으로 험지라 할 수 있다”며 “추 전 장관이 험지에서 선전해달라고 당에서 요청했고 본인이 수락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전략 공천이 확정되면서 지난달 27일 공천배제(컷오프)된 임종석 전 실장과 맞물려 공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등 지도부가 강조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 ‘올드보이 배제’ 등 기조가 선택적이라는 지적이다.

임 전 실장은 자신에 대한 컷오프 결정이 나자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재고를 공식 요청했다. 자신이 재선을 했던 중·성동갑에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왕십리역 등에서 선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천을 관리하는 지도부는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 결정에 재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위원장은 2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엄청난 문제가 돌발되거나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 실패가 있지 않은 한 바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친문계의 반발이 친명계 지도부에선 임 전 실장의 재고 요청을 두고 ‘항명이자 시위’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 계파 간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있다. 앞서 최고위원 중 유일한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은 임 전 실장 컷오프에 반발해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일부 친문계 의원들은 임 전 실장의 유세에 동행하며 보란듯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를 두고 당안팎에선 각 계파가 이미 ‘심리적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에 이어 ‘친문 좌장’인 4선 홍영표 의원까지 자신의 지역구(인천 부평을)에서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컷오프되면서 친문-친명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함께 당 ‘투톱’인 홍익표 원내대표까지 당 전략공관위의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지도부 내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홍영표 의원의 컷오프와 관련해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 전략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홍영표 의원이) 경선만 하면 탈당까지는 생각 안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는데 이걸 컷오프 시켰다”며 “도대체 어떤 정무적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는 친문‧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투톱 간 온도차도 뚜렷하다.

홍 원내대표는 29일 CBS 라디오에서 “그래도 오랫동안 당을 같이한 분들이 끝까지 우리 당에서 함께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실장 컷오프 결정에 대해서도 “과정 자체가 그렇게 썩 매끄럽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고민정 최고위원에게 ‘당무 거부를 할 거면 그만두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하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공천을 둘러싼 반발에 대해 연일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탈당자들을 겨냥해 “탈당은 자유”라면서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건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도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공천 갈등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전략공관위의 발표로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 ‘여전사 3인방’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앞서 전현희 전 위원장이 중‧성동갑 전략공천을 받은 데 이어, 이날 추 전 장관의 경기 하남갑 전략공천, 그리고 이언주 전 의원의 경기 용인정 3자 경선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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