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반기에 KT&G 차기 사장 선임, 격랑 속으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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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의결권 몰표 가능해져
IBK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몰아주나
‘침묵’ 국민연금, 정부 정책 발맞출 경우 이변 가능성
KT&G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자를 비롯한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이 전망된다. ⓒ연합뉴스
KT&G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자를 비롯한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이 전망된다. ⓒ연합뉴스

KT&G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2대 주주(6.93%)인 IBK기업은행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혀서다. 이에 더해 행동주의 펀드는 국민연금에 의결권 활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반대 전선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서 표 대결의 향방을 점치고 어렵다는 관측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 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임민규 선임의 건, IBK기업은행의 주주제안 안건인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의 건, FCP 주주제안 안건인 사외이사 이상현 선임의 건을 상정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안건은 사장 후보로 선출된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선임 여부다. 방 후보자는 현재 KT&G 총괄부문장으로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시장 성과 등이 높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하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7.31%)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IBK기업은행(6.93%)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제안했다.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집중투표제‘ 나비효과 나오나…몰표 행사시 결과 장담 못해

문제는 이번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집중투표제가 실시된다는 점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 2명을 선임하는 이번 주총에선 1주당 의결권 2개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이번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 후보 4명 중 2명을 선임하는 터라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이 같은 투표 특성 때문에 IBK기업은행이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에게 몰표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자연스레 KT&G가 선출한 방 후보자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6년 만에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FCP는 이상현 FCP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 후보로 뛰어들었다. 앞서 FCP는 차기 사장 후보로 내부 출신을 반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민연금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결권 활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FCP의 KT&G 지분은 의결권 기준 0.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분 6.36%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꾸준히 민영화된 옛 공기업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BK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오른 사외이사에게 표를 몰아줘 방 후보자가 상위 2인 안에 들지 못한다면 대표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KT&G도 이에 대응해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KT&G 측은 “(방 후보자는) 유일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서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쳤다”며 방 후보자 선임에 찬성표를 던져줄 것으로 호소했다. 아울러 외부 추천 인사인 손동환 후보와 이상현 후보에 대해서는 “손 후보는 곽상욱 후보와 전문분야가 중복되며 이상현 후보도 전문분야 중복 문제에 더해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어렵다”면서 견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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