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30일 강우, 시설농작물 피해 극심…착과 불량에 병충해까지 농민들 ‘삼중고’
  • 김대광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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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비 강수량 2배…쥬키니호박·딸기 시설하우스 피해 커
수정·착과 불량에 곰팡이병까지
원래는 하얀 꽃이 가득해야 하지만 잦은 비 탓에 꽃이 거의 피질 않고 있다. 청양고추 시설하우스 내부 모습 ⓒ시사저널 김대광
원래는 하얀 꽃이 가득해야 하지만 잦은 비로 꽃이 거의 피지 않고 있다. 청양고추 시설하우스 내부 모습 ⓒ시사저널 김대광

“12월부터 한달에 서너번 비가 내리고 또 한 번 강수가 시작되면 3~4일 이어져 수정도 안 되고 광합성도 안 되니 농민이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경남 지역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흐른 날씨 지속에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량이 반토막 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곰팡이 등 병해충으로 인해 착과율도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경남도농업기술원과 지역 농민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진주지역 시설하우스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지역 대표 신선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쥬키니호박은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토마토와 고추, 딸기도 각각 30~40% 정도 줄었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울경 11개 지점에서 측정된 강수량은 263.2mm다. 전년 강수량 100.4mm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값 102.1mm와 비교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남 진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총 일조시간은 514.9시간으로, 한달 평균으로 보면 171.6시간 정도다. 전년 같은 기간 627.4시간, 한달 평균 209.1시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올해 일조율은 50%를 겨우 넘는 수치며, 특히 2월의 경우 합계 일조시간이 127.2시간으로 일조율이 40.18%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비가 내린 일수로 보면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해당 기간 진주지역에는 총 91일 가운데 30일 동안 비가 내렸다. 전년도에는 16일 동안 비가 왔는데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적어도 2배 이상 비가 많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지역만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다.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진 일조량 때문에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끝부분에 곰팡이가 핀 쥬키니호박 ⓒ시사저널 김대광
줄어진 일조량 때문에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끝부분에 곰팡이가 핀 쥬키니호박 ⓒ시사저널 김대광

일조량이 평년보다 줄고 시설하우스 내 습도가 높아지면서 농작물 생산량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생육기에 일조시간이 대폭 감소하면서 수정·착과·과실비대 불량이 잇따랐다. 일조량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하우스 난방에 드는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우스 1동당 드는 연간 전기료는 약 1000여만원에 달한다. 난방은 10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며 생육기는 18도, 과실이 커지는 비육기는 23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에서 쥬키니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하우스 1개동에서 하루 100kg 정도가 수확해야 하지만 올해는 하루 20kg도 채 안된다”며 “당장 시설하우스 운영조차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딸기 농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과 열매 성숙이 늦어지는 생리장해가 발생하고, 잿빛곰팡이병 등 발생으로 추후 확산 방지를 위한 방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확량이 급감한 일부 작물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데다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쥬키니호박은 10kg 한 상자에 6만원 안팎으로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올랐고 청양고추 역시 10kg 한 상자가 20만원에 육박한 상태다.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에 잿빛곰팡이병이 생겼다. ⓒ시사저널 김대광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에 잿빛곰팡이병이 생겼다. ⓒ시사저널 김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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