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찍고 비난’ 도로보수 민원 시달린 30대 공무원 사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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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실종신고로 수색 중 인천 도로 위 차량서 숨진 채 발견
지난달 포트홀 공사로 차량 정체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 받아
온라인 카페서 “멱살 잡고싶다” “정신 나갔다” 비난 줄이어
3월5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생전에 도로보수 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로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한 지역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A씨 신상정보와 비난성 게시물 ⓒ 온라인 카페 캡처
3월5일 오후 인천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생전에 도로보수 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로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A씨 신상정보와 비난성 게시물 ⓒ 온라인 카페 캡처

도로보수 관련 민원에 시달리던 경기도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망 전 온라인 카페에서는 해당 공무원 신상과 전화번호가 담긴 게시물이 공유되며 성토글이 잇달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차량 내에서 사망한 A씨를 발견했다. 별도의 유서나 메모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망 전인 지난달 29일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사로 인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민원이 이어졌고,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좌표'를 찍어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공사 당일 온라인 카페에는 차량 정체로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후 공사 담당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캡처한 글이 게시됐다. 댓글에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다',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등 A씨를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A씨 사망 사실이 전해지자 온라인 카페 운영자는 공지글을 올리고 사과했다. 운영자는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저와 운영진 모두 돌아가신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을 잘 살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유세연 김포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포트홀 보수로 차가 막힌다며 공무원 개인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욕설과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담당자는 계속된 항의 전화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트홀로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조치해야 하는데 보수공사 책임을 공무원의 개인 치부로 몰아갔다"며 "다시는 특정 공무원 개인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포시는 A씨가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A씨 죽음과 민원인 항의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김포시청과 유족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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