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韓 상륙 임박했지만 메기 효과는 ‘글쎄’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4.03.23 12: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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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차량 상표권 출원 및 딜러 모집 등 물밑작업
중국산 저품질 ‘꼬리표’에 불리한 보조금 정책도 변수

고속 성장하던 국내 전기차 시장의 속도가 최근 떨어지고 있다. 초기 전기차 시장은 얼리어답터들이 견인했으나 부족한 충전 인프라, 느린 충전 속도, 높은 가격 등으로 대중화되는 데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출시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가 중국산이 시장에 나올 경우 전기차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장에 생기가 돌고, 전기차 대중화 역시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다.

반대로 중국산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까지 중국산 자동차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데다, 국내는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장을 꽉 잡고 있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산 전기차 진출설은 BYD로부터 시작됐다. BYD는 중국 1위이자 전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BYD 전기차 판매량(PHEV 및 상용차 포함)은 288만3000대로 전년 대비 58.3% 성장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20.5%를 차지했다. 2위인 테슬라(180만9000대·점유율 12.9%)와도 차이가 상당하다.

2월2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모터쇼 전시장에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SUV 모델 탕(Tang)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1위 전기차 BYD 연내 韓 진출설 ‘솔솔’

BYD의 눈부신 성장은 중국 내수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유럽, 미국 등과도 차이가 상당하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는 841만3000대로 전 세계 점유율 59.8%를 차지했다. BYD는 중국 내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BYD 친환경차 수출은 2022년 5만6000여 대에서 지난해엔 24만여 대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공 비결은 저렴한 가격이다. 배터리 기업에서 출발한 BYD는 2003년 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공정 내재화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컸다. 특히 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이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저렴한 가격과 그동안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BYD는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의 전기트럭, 전기버스 등 상용 모델은 이미 한국에서 판매 중이다. BYD는 씰(Seal), 돌핀(Dolphin), 아토(Atto) 등 자사 모델 상표권을 출원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최근엔 한국 내 전기차 판매를 위해 환경부·산업부 등 정부기관들과 인증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수입차 딜러 모색 및 인력 충원 등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BYD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우선 중국산에 대한 한국 내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중국은 내연기관 시절에는 자동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지만 전기차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빠른 속도로 자동차 기업들이 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수십 년간 내연기관 시절에 쌓아온 차량 생산 노하우가 있지만, BYD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역사가 짧아 제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전기차 선도기업인 테슬라도 내연기관 생산 경험이 없어 초기에 마감이나 승차감 등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한국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저품질 중국산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만큼 중국산에 대한 ‘주홍글씨’가 강렬히 남아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일반 양산 제품 중 가장 고가인 데다 생명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앞서 BYD가 저가 제품을 통해 성공했다고 언급했지만, 이 같은 강점이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에 따라 실질적인 가격이 정해지는데, 올해 한국 정부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혜택을 줄였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며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LFP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테슬라 모델Y RWD의 경우 국고 보조금이 지난해 514만원에서 올해 195만원으로 약 60% 줄었다. 이는 BYD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며, 지자체 보조금 등을 포함하면 국산 전기차 대비 1000만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BYD가 국산 전기차보다 가격을 1000만원 싸게 팔아도 보조금이 이를 상쇄하는 것이다.

2018년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윌리엄 리 CEO ⓒEPA 연합
2018년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윌리엄 리 CEO ⓒEPA 연합

싼 게 비지떡이라는데 가성비도 없으면…

저가 중국산 특성상 물량전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한국 내 현대차그룹 입지를 생각하면 이마저 여의치 않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선 굳이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점유율 다툼에 나설 이유가 없기도 하다. 특히 올해 현대차그룹이 기아 EV3를 시작으로 추후 EV4, EV5 등 중저가 전기차를 연이어 내놓을 계획이라 BYD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최소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이상 저렴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보다 한국에 생산기지를 짓고 차량을 만들어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수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차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둔갑시킨 후 주요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과 FTA를 맺고 있는 만큼 대중국 견제를 피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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