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체류 중 공수처 조사 기회 있길”…與 ‘자진 사퇴’ 요구 일축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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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의혹들 수차례 걸쳐 사실 아니라고 말했다”
“한-호주 2+2 준비 업무 할 것”…與 사퇴 요구에 선 그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출국했다가 21일 귀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체류 기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일정 조율이 잘 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해선 “한-호주 간 기획된 외교·국방(2+2) 준비 관련 업무를 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36시께 인천공항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렸다. 그런 의혹들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 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시 귀국 이유에 대해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라며 “향후 일정은 방산 협력 관련 업무로 상당한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는 한-호주 간 기획된 외교·국방(2+2) 준비 관련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여당 내 거세지고 있는 자진 사퇴 요구를 의식한 듯 업무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앞서 말씀 드린 두 가지 업무가 전부 호주대사로 해야 할 중요한 의무다. 그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그는 ‘사의 표명할 생각이 있나’, ‘대통령실에 미리 연락을 받은 게 있느냐’라는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공항을 떠났다.

외교부는 전날 이 회의에 주요 방산 협력 대상국인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한다고 발표하며 이 대사의 임시 귀국 소식을 알렸다.

이 대사는 호주에서 출발, 싱가포르를 경유해 싱가포르 항공 SQ 612편으로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대사의 귀국은 지난 10일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그는 호주대사로 임명된 직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의 요청으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 8일 법무부가 이 대사의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해제했고, 이틀 뒤인 10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은 채 곧장 호주로 출국했다.

이 대사는 당분간 서울에 머물며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9일 공수처에 조사 기일을 빨리 지정해 달라는 촉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의혹과 관련한 다른 관계자 조사는 물론, 휴대전화 분석도 이뤄지지 않아 공수처 조사에 차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정황상 이 대사에게 조기·자진 귀국의 명분을 주기 위해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여권 내 이 대사 관련 건으로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거세져 우려가 커져왔기 때문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사의 귀국에 맞춰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인천공항 집결해 ‘피의자 이종섭 즉각해임, 즉각수사’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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