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여론조사] “이종섭 논란,  민주당에 유리” 54.6%…“의료 대란, 정부안대로 추진” 56.4%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2 10: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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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케이스탯리서치 수도권 1009명 전화면접 여론조사] 
“정부안 수정해야”는 33.6%…의·정 갈등 지속되면 정부 책임론 불거질 수도 

“선거까지 20일이 남았다면 앞으로 10번도 더 판세를 뒤바꿀 변수들이 나타날 수 있다.” 선거를 오랫동안 경험해온 전문가들의 말이다. 어찌 보면 선거는 어느 쪽이 더 자신들에게 불리한 돌발 변수가 나타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느냐, 그리고 이미 발생한 변수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의 경쟁이다.

‘해외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3월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해외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3월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실제로 지금 현재도 4·10 총선 판세는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민심을 자극하는 변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다. 특히 최근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외압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까지 풀어가며 임명한 것은 대통령실의 도피성 인사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공천 갈등으로 한때 수세에 몰리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기회로 여권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 사안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수들이 실제로는 선거 여론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총선을 20일 앞두고 시사저널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18~19일 양일간 선거 승패를 가를 승부처인 수도권 여론과 총선 전망을 비롯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현안에 대한 견해도 함께 물었다. 조사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與 지지층도 ‘이종섭 논란’ 여론 악화 우려하거나 답변 회피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과 관련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 대사 임명이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수도권 유권자의 54.6%는 민주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13.9%였다.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5.6%)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2.7%)은 소수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이 23.3%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이 논란에 보인 반응이었다. “민주당에 더 유리할 것”(35.0%)과 ‘모름·무응답’(32.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은 14.0%였다. 여당 지지층조차도 이 사안에 대해 여론 악화를 우려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양상이 나타난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대통령실의 이번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으로 총선 국면에서 상당히 득을 보고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일각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은 물론 사퇴까지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서울과 인천, 경기 모두에서 “민주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이 반수를 훌쩍 넘었다. 경기에서 56.3%로 가장 높았고, 서울 52.8%, 인천 52.6%로 각각 나타났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나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이 사안이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는 점도 주목됐다. 중도의 56.9%, 보수의 40.5%가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시각을 가진 진보 성향 응답자는 72.3%로 가장 높았다.

이 대사 임명 논란과 함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3월14일 MBC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 내가 (군)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자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하는 여당 내 우려가 커진 바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염려는 더 컸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는 시사저널에 “가뜩이나 수도권 내 반여(反與) 기류가 강한데 용산(대통령실)발(發) 이슈들이 정권심판론만 강화시키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했다.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3월20일 황 수석은 사퇴했고, 이 대사는 출국 11일 만인 3월21일 자진 귀국했다. 이 대사는 귀국 이유에 대해 3월2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방위산업협력 주요 6개국 주재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삼았으나, ‘도피 부임’이라는 여론 악화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여당의 요구에 정부가 반응한 것으로 해석했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 전에 실시돼(3월18~19일)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선 거취 정리가 아닌 일시 귀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당 내 지적도 적지 않아 악화된 여론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경기 선대위원장이자 경기 안성에서 4선을 하고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사수에 나선 김학용 의원은 3월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종섭) 본인으로서는 안타깝지만 나라를 위해 자진 사퇴하고 들어와서 언제든 ‘소환하라, 나는 떳떳하다’ 하는 것이 국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의 공천 상황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역구 공천에서 단수·전략 공천과 경선을 통해 친명(親이재명)계가 대거 공천되고 비(非)명계 다수가 탈락해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민주당에 비해 큰 잡음은 없었지만 신선함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류인 친윤(親윤석열)계가 대부분 살아남아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정당이 공천을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30.7%는 국민의힘이, 30.0%는 민주당이 더 잘한다고 평가했다. 여야 각 지지층이 자신의 지지 정당을 긍정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잘한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3.5%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천과 관련한 뇌관은 후보 등록 마감(3월22일) 직전까지 여야를 위협했다. 민주당은 당내 대표적 비명계 인사인 박용진 의원 공천 배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막말 논란’으로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 대신 경선 차점자인 박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경선이 결정되면서 경선 룰마저 강성 지지층이 많은 전국 권리당원이 참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경한 끝에 결국 박 의원은 조수진 변호사에게 패하며 3월19일 최종 탈락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왼쪽)은 최근 당의 비례 공천 결과에 대해 “투명하지 않았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저격했다. ⓒ뉴스1

인천은 65.6%가 의대 증원 조치에 긍정적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왔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당 인재영입위원장)이 “국민의미래 공천은 그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이 든다”며 한동훈 위원장을 저격했다. 이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당선권(20번)에 한 위원장 추천 인사 다수가 배치된 점,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기환 전 광주시당 위원장 등 호남 인사들과 자신의 추천 인사들이 당선권에서 밀려난 점 등이 불만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갈등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1차 윤-한 갈등 이후에 지역구 공천에서의 갈등, 최근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 논란과 관련한 당의 대처 등과 관련한 두 사람의 시각차가 결국 비례대표 공천에서 폭발해 이 의원이 대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야의 추가적인 공천 논란은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가 끝난 이후 본격화돼 일부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보인다.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는 의·정 갈등 문제도 이번 총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에도 3월20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을 예고하며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의사들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56.4%, 의사들의 의견이 정당하기 때문에 정부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33.6%로 각각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0.0%였다. 정부안을 지지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조치에 긍정적인 응답이 22.8%포인트 차로 앞선 만큼 이 이슈는 일단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서울(55.8%)·인천(65.6%)·경기(54.8%) 등 수도권 전 지역에서 반수 이상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부적절하다고 봤다.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에서 반수 이상이 정부안에 찬성했다. 40대에서는 ‘정부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43.4%로 가장 높았다. 다만 앞으로도 의·정 갈등 상황이 지속적으로 고착화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18일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서울 강북을 재경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서울 편입, 반대 65.6% vs 찬성 26.8%

각 당이 내놓는 공약이나 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권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서울 메가시티론’도 이번 수도권 선거의 변수로 거론돼 왔다. 여권은 공식적으로 김포를 비롯한 고양·성남·구리 등 수도권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최근 고양시를 찾아 서울 편입이나 경기 분도를 한 번에 추진할 수 있도록 22대 국회에서 ‘원샷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메가시티론이 여당에 대한 수도권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수도권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수도권 응답자의 65.6%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중 매우 반대한다는 응답이 44.1%로 압도적이었고, 대체로 반대한다는 의견은 21.5%였다. 반면 찬성 여론은 26.8%(“매우 찬성” 10.0% “대체로 찬성” 16.8%)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직접적인 대상지들이 포함된 경기에서 반대 의견이 66.4%(“매우 반대” 46.9%, “대체로 반대” 19.5%)로 가장 높았고, 인천 65.9%(“매우 반대” 40.7%, “대체로 반대” 25.2%), 서울 64.5%(“매우 반대” 41.3%, “대체로 반대” 23.2%) 순이었다. 경기 지역에서 매우 반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 조사 어떻게 했나

이번 조사는 시사저널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18일과 19일 양일간 서울과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번호를 추출해 면접원에 의한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했다. 유선 7%, 무선 93%였고, 응답률은 9.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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