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N수생”…의대 블랙홀, 어디까지 삼킬까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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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역의대, 2~3등급대 합격 가능성도”
“이과→의대, 문과→이과…연쇄 파급 전망”
정부의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공식 발표 예정일인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전문 홍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공식 발표 예정일인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전문 홍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논란의 ‘공’이 학원가로 넘어갔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배분을 마친 가운데 입시계는 본격 2025년도 대입 전략 분석에 돌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반수생 포함 N수생 규모가 ‘역대급’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이공계 인재와 사교육 수요가 의대로 쏠리는 ‘블랙홀’ 현상이 교육계 전체를 덮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학원가는 전날 발표된 의대 증원 배분 결과를 두고 분주한 분위기다. 일찌감치 ‘직장인 야간 특별반’, ‘반수생반’ 등을 개설한 입시업계는 본격적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의대 열풍’을 공략하고 나섰다.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분을 서울 0명, 경기·인천권 361명(18%), 비수도권 1639명(82%)을 배정하면서 비수도권 의대를 공략하는 지망생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반수생은 지난해에 이어 9만 명대까지 육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이어 “지방권 의대 합격선이 큰 폭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지방권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수능 1등급 인원보다 더 많아졌다. (수능) 1등급 학생으로만 채울 수 없기에 2, 3등급 학생도 지방권 의대 합격이 통계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의대 정원에 대해 임 대표는 “대학 서열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여전히 수능 1등급 학생들 간 각축전 양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도 “정시 일반전형에서 치의·한의대 지원이 가능했던 학생이 의예과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시 전형에 대해서는 “내신 등급컷은 지역인재 교과전형 기준 0.1~0.2점 정도 내려가겠지만 체감하는 학생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능 최저’ 충족이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 총 정원이 뒤바뀌면서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0명 배정은 예상 밖이지만 비수도권의 ‘메이저 의대’ 증원이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80명이 증원된 성균관대 의대(기존 40명)나 울산대(기존 40명)는 사실상 사람들이 비수도권이라고 인지하지 않는다”며 “학생들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90명이 증원된 가천대(기존 40명)의 경우 등록금을 받지 않아서 (기존에도) 점수가 굉장히 높았던 학교”라며 “상위권 학생들이 (가천대 증원 소식에) 매우 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대 증원 배분으로 성균관대, 울산대, 가천대 모두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권 의대 4곳보다 총 정원이 많아졌다.

ⓒ양선영 디자이너
ⓒ양선영 디자이너

연쇄 영향 불가피…지역인재 비율 및 수시·정시 규모 변수

올해 입시가 약 8개월 남은 상황에서 의대 쏠림 현상은 격화될 전망이다. 의대 증원 규모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열 모집 정원(4882명)의 40%에 달하는 만큼 연쇄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진 이투스 실장은 “의대 증원은 ‘최상위권=의대’ 공식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권 학생의 자연계 선호가 심화되면 인문계는 선호는 줄어든다”며 “결국 편향된 인재 양성이 생긴다”고 했다.

상위권 이공계 대학 합격선이 낮아지면서 학적 이탈 학생과 반수생 증가도 불가피하다. 임 대표는 “합격선 하락 폭에 따라 과학고나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 재학생들이 얼만큼 이탈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문과 상위권 학생도 이과로 이동하면서 문과 합격선의 하락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학별 지역인재전형 규모가 베일에 싸여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김 연구소장은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아직 발표 안 됐다”면서 “정부 초기 계획대로 60%일 경우, 총 정원이 200명인 지역 의대에서 120명은 지역인재로 뽑기에 수도권 학생들의 체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분에 대한 대학별 수시·정시 전형 규모도 변수다. 김 연구소장은 “막상 전형별 모집 정원이 발표되면 학생들이 체감했던 증원 규모는 반감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령 증원분 80명이 각각 교과, 종합, 수능 등 전형별로 나누어진다”면서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전형에만 원서를 쓰기에 분할된 증원분이 실제 모집 정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의대 정원 배정 결과에는 ‘지역인재전형 60% 확대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방식을 통해서 충분히 지역인재 선발 60% 추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각 대학은 늦어도 5월까지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수정한다. 이에 따라 9월 수시 모집 때부터 증원된 정원대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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