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가해”…‘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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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씨 “범죄 피해자에게 수사기관 실수는 치명적”
민변 “국가와 수사기관이 피해자 알 권리 보장해야”
귀가하던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이번에는 전 여자친구를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진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 연합뉴스
귀가하던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 ⓒ연합뉴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가 부실 수사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1일 김씨를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서초구 민변회관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진주씨는 영상 메시지로 목소리를 냈다. 김씨는 “(수사기관이) 현장사진을 제대로 찍지 않고 목격자의 진술을 묵인했다”며 “가해자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보고서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니 가볍게 넘어갔고 7분의 사각지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공판 방청객으로 참석했을 때 범행 장면이 담긴 CCTV를 처음 시청했고 7분의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누군가는 과실이라고, 실수라고 얘기하겠지만 범죄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의 실수는 치명적”이라면서 “성폭력 재판이 아니었기에 비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없었고 방청객으로서 가해자의 얼굴을 저는 바로 앞에서 봐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수많은 과실들이 저를 더욱더 고통스럽게 했고 국가가 가해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범죄 피해자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국가배상이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에 크나큰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기억상실 장애를 겪고 있는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 매뉴얼 구축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변은 “피해자들이 국가에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는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이 사건이 보여주듯 초기 수사가 부실하고 위법할 때 피해자는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고 국가는 가해자를 합당하게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송의 목적이 배상금을 받거나 공무원 개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민변은 “(수사기관의) 잘못은 분명히 있지만 국가와 수사기관이 범죄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잘못된 관행을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역 인근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30대 이아무개씨가 일면식 없던 김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머리 부위를 가격당한 김씨는 정신을 잃었고 당시 충격으로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를 앓아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가 적용돼 징역 20년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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