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대 전세사기 일당, 경찰에 적발…현직 은행원이 계획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3.22 13: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담한 중개사들 수수료 최대 2500만원 챙겨
사회초년생·신혼부부 피해 다수…40%는 보증보험 가입 못 해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60억원대 빌라 전세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시중 대형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원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40대 은행원 A씨와 50대 부동산컨설턴트 B씨, 명의를 빌려준 40대 C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전세사기임을 알고도 이들에게 매물과 임차인을 소개한 혐의로 빌라 분양대행업자 21명과 공인중개사 46명도 불구속 송치됐다.

A씨 등 2명은 2019년부터 3년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 빌라를 사들인 뒤 전세 계약을 맺으며 임차인 7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60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수도권 일대 빌라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아지는 '역전세' 상황에 주목해 무자본 갭투자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전세자금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시중은행의 행원으로 평소 부동산 시세와 거래 관행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찰에 구속되기 전까지도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부동산컨설턴트인 B씨에게 갭투자할 부동산을 물색하게 하고, 무직인 C씨에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집을 많이 소유할 수 있고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명의를 빌렸다.

이들은 신축빌라 매매 계약과 임차인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빌라 분양 대금을 치르는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거래마다 100만~85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으며,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은 최대 2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갔다.

경찰은 한 사람 명의로 보증보험 가입이 많이 발생한다는 국토교통부 수사 의뢰로 전세 사기 정황을 포착해 이들을 붙잡았다. 조사 결과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였다. 이들 중 40%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받지 못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죄 등을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며 "전세계약 시 주변 건물의 매매 및 전세 시세를 꼼꼼히 확인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꼭 가입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