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 정권” 尹대통령 앞서 눈물 흘린 20년차 의대교수 사직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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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 “필수의료 지킨 의사마저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
충북대 의대 대폭 증원에 “총장·도지사가 의학교육 이해 없이 정권에 아부”
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사직서 ⓒ배 교수 페이스북 캡쳐
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사직서 ⓒ배 교수 페이스북 캡쳐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을 앞두고 충북대 의대 교수가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예정대로 ‘증원 2000명’을 못 박으면서 교수들의 사직 동력이 더 커질지 주목된다.

22일 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내가 믿고 믿던 내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며 사직서를 공개했다. 배 교수는 2005년 충북대병원 교수로 부임했다.

배 교수는 “(정부는)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다며 민심을 호도했다”면서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고 있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필수의료분야를 간신히 지켜내 온 의사들마저 국민 앞에서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며 “폭도와 같은 정권 앞에서 ‘심장이식을 우리 병원에서 해보자. 이를 통해 우리 지역 심혈관질환자의 고통을 줄이자’는 내 꿈이 점점 멀어짐을 뼈 속 깊이 느끼게 됐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배 교수는 정부가 충북대 의대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증원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충북대 총장과 충북도지사 등은 의학 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부했다”며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지만 그때는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아 양질의 교육은커녕 졸업장에 직인을 찍기도 힘든 학장실만 바쁘게 될 것이 뻔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충북대 병원의 심장이식과 학생을 잘 가르쳐서 지역의료의 충실한 간성이 되게 한다는 내 꿈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며 “이 혼란한 판에서 입을 닫고 총장과 도지사에 아부하여 자신의 입지 향상을 노리는 사람들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현실이 더욱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다만 배 교수는 바로 진료를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한 달간 신변을 정리하고 내가 모시던 외래 환자들은 적절한 곳에서 치료를 지속해 받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응급환자를 보고 중환자 당직을 서고,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배 교수는 2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 패널로 나서 의료진 사법리스크 완화와 응급성에 따른 수가 체제 마련,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당시 배 교수는 의료 현장의 열악함 등을 강조하며 발언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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