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에 결국 ‘역성장’ 증권사…“전통 IB로 정면 돌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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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권사 실적 -20%, 2년째 역성장
“수익구조 다변화 필요”…전통IB 강화 기조

국내 증권사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인한 실적 악화에, 증권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해 2년째 역성장을 이어갔다. 다수 증권사는 전통 영역인 기업금융(IB)을 강화하며 실적 개선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지난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20%가량 줄어들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박정훈

증권사, 부동산PF 직격탄에 2년째 실적 ‘마이너스’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60개 증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7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지만, 일회성 배당금 수익(2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3조5569억원에 그쳐 오히려 전년 대비 20.2% 감소했다. 증권사 순이익은 2021년 9조94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2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증권사 실적 악화에 따른 후폭풍도 상당하다. 다수 증권사가 지난해 임직원 수와 연봉을 모두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보다 임직원 수가 115명 줄었으며, 평균 연봉도 5% 감소했다. 신용 등급도 위태롭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는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국내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한 상태다.

지난해 증권사 실적이 후퇴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다. 금감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대손 비용이 늘어났으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증권사 영업실적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 ‘칼바람’ 속 IB 강화 트렌드

관건은 ‘돌파구’다. 증권가는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수장 자리에 젊은 피를 수혈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자기자본금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연령 평균은 지난해 60.4세보다 2.5세 젊어진 57.9세로 집계됐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 침체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탓에 증권업 불황이 예상되지만, 각 증권사들은 실적 회복을 위한 밑그림 작업을 그리는 데 매진 중이다.

기조는 새 CEO 면면에서 읽힌다. 새롭게 수장 자리에 오른 증권사 CEO 특색을 보면 IB에 특화된 인물이 많다. 가령 NH투자증권의 윤병운 신임 대표 내정자는 전임 정영채 사단에서 IB사업부 대표를 맡는 등 ‘정통 IB맨’으로 불린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도 ‘1세대 부동산 PF 전문가’로서 공격적인 IB투자를 이끈 장본인이다. 증권가에선 IB 강화 바람이 불면서, 실무형 CEO를 내정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는 평가다.

CEO 연임을 결정한 증권사도 대대적 인사를 통해 IB부문 강화 기조를 내비쳤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B 그룹 내 IB1 부문과 IB2 부문을 신설했다. 기존에 실이었던 기업금융과 주식발행시장(ECM)을 본부로 확대해 IB1 부문에 편제했다. 대신 대규모 실적 악화를 유도한 부동산 금융본부 규모는 절반으로 축소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IB통’으로 꼽히는 김상태 현 사장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IB는 증권사의 전통적 먹거리로 꼽혔던 분야다. 증권가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넘치는 유동성 국면을 활용해 부동산 PF 중심 영업에 나섰지만,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히려 발목을 잡히면서 수익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기업공개(IPO)를 주축으로 한 ECM 등 전통 IB 부문 강화로 초점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에서 부동산 PF 수수료 수익은 요원해진 상태인 반면 투자 심리 회복으로 인수합병(M&A)이나 IPO 시장은 반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해 전통적인 IB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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